유학생 3명, 이민 신분 박탈 관련 트럼프정부 상대 소송 제기
덴버, 포트 콜린스, 스프링스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아시아 출신
콜로라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3명의 유학생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비자가 취소된 데 대해 연방국토안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신의 이민 신분 종료가 위법하며 정당한 절차 없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덴버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3명의 원고는 보복에 대한 우려로 인해 모두 ‘Student Doe’(학생 도)라는 가명으로 지난 주 덴버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3명 모두 아시아 국가 출신이며 정확한 국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재학 중인 대학 역시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각각 덴버, 포트 콜린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소송에 따르면, 이들 학생은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이 국제 유학생의 비자와 신분을 관리하는 정부 데이터베이스인 SEVIS(Student and Exchange Visitor Information System)에 등록된 자신의 기록이 종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신분 종료 사유로는 “기타 범죄 기록 조회에서 확인된 개인 및/또는 비자가 취소된 개인”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세 학생 모두 경미한 범죄 전력이 있으나 현재까지 추방 절차에 회부된 적은 없다고 소송은 전하고 있다.
세 원고를 모두 대리하고 있는 오로라 지역 이민 전문 변호사 자커리 R. 뉴는 경미한 범죄 때문에 유학생의 이민 신분이 종료되는 것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F-1 학생 비자의 경우, 유일하게 신분 유지 실패로 간주되는 범죄는 1년을 초과할 수 있는 징역형이 가능한 폭력 범죄다. 그 외의 범죄로 인해 학생을 추방하려면, 이민 절차를 통해 이민 판사 앞에서 사건을 심리받게 해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최근 몇 주 사이, 콜로라도 주내 대학에 재학 중인 최소 38명의 유학생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비자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기준, 콜로라도대학(University of Colorado)는 볼더, 덴버, 오로라, 콜로라도 스프링스 캠퍼스를 포함해 총 22건의 비자 취소 사례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로라도 스테이트 대학(Colorado State University)는 자교 학생 16명이 비자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콜로라도대학 측은 “우리 대학은 모든 학생, 특히 국제 학생들의 성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모든 학생은 자신의 경력과 가족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비자 취소로 인해 학생들이 겪는 불안과 고통을 이해한다”고 성명을 통해 전했다.
AP통신이 대학 성명서, 학교 관계자와의 서신, 법원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는 최소 1,024명의 학생이 160개 대학 또는 교육 시스템에서 비자가 취소되거나 법적 신분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로부터 보고를 수집하고 있는 인권 단체들은 수백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번 단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제 유학생의 합법적 신분을 종료하려는 연방정부의 조치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미전역의 대학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명문 사립대, 대형 공립 연구 대학, 작은 교양 대학에 이르기까지 고등 교육계 거의 모든 분야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학생들의 신분 종료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지난달, 마르코 루비오 연방국무부 장관은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나 형사 고발된 이들을 포함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방문자들의 비자를 국무부가 취소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거주 중인 ‘Student Doe’는 수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해왔으며 “어떠한 정치적 활동에도 참여한 바 없다”고 소송은 주장한다. 3월 말, 이 학생은 소속 대학으로부터 SEVIS 기록이 종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소장에서는 “SEVIS 기록 종료는 사실상 F-1 학생 신분의 종료를 의미한다. 하지만 비자가 취소됐다 해도 ICE가 원고의 학생 신분을 종료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학생은 F-1 비자의 조건을 모두 충족했으며 신분 종료를 정당화할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 학생의 유일한 전과는 몇년전 미성년자 신분으로 알코올 및 마리화나 소지로 체포된 기록이다. 유죄 판결 이후, 새 비자를 발급받았고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양측으로부터 미국 재입국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 학생은 “SEVIS 종료 통지를 받은 이후, 원고와 그 가족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겪고 있다. 앞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 잘못된 SEVIS 기록 종료로 인해 추방 절차에 회부되고 미국에서 추방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이로 인해 장래에 미국에 재입국하는데 미칠 영향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소장을 통해 밝혔다.
덴버에 거주 중인 또 다른 원고는 대학원생으로 4월 초에 학교로부터 SEVIS 기록 종료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 학생의 전과는 신호 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벌금형)와 경범죄 절도 사건이 있다. 절도 사건의 경우 유죄를 인정하고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으며 이를 이행한 뒤 기소가 취하됐다고 소송은 밝혔다.
세 번째 학생은 포트 콜린스에 거주하며 수년간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온 유학생이다. 이 학생 역시 4월 초, 학교를 통해 SEVIS 기록 종료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송에 따르면, 정치적 활동에 참여한 바는 없다. 이 학생의 전과는 캘리포니아에서의 음주 운전(DUI) 및 난폭 운전 혐의다. DUI 혐의는 기각되었으며 작년에는 경범죄 1건에 대해 ‘노 콘테스트(no contest/항변 없음)’로 인정하고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3개월간의 DUI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한다. 뉴 변호사는 “의뢰인들은 이민 기록을 원상복구해 학업을 계속하고 불합리한 체포나 보복 조치로부터 보호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