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의 삶'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장례미사 4월 26일 성베드로 광장서 엄수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로 선종했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아침 7시 35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발표했다. 페렐 추기경은 "그는 삶의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앙, 용기, 보편적 사랑을 갖고 복음의 가치를 살아가라고 우리를 가르쳤다"며 "그는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소외된 이들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또 "주 예수의 진정한 제자의 모범이 된 데 깊이 감사하며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혼을 삼위일체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맡긴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는 오는 26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에서 엄수된다. 22일 바티칸 뉴스와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선종한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 성베드로 광장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이 집전하는 가운데 열린다고 발표했다. 추기경단은 교황 선종 후 처음으로 이날 회의를 소집해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회복 중이던 교황은 전날 뇌졸중과 이에 따른 심부전증으로 선종했다.
현재 바티칸 내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안치된 교황의 관은 오는 23일 오전 9시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운구된다. 운구 의식은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이 집전한다. 운구 행렬은 산타 마르타 광장과 성베드로 광장 등을 거쳐 대성당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후 장례미사일까지 교황의 관은 대중에 공개된다. 이 기간 일반 신자도 성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해 교황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다.
장례미사에는 전 세계의 총대주교, 추기경, 대주교, 주교 등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해외 주요 정상도 참석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장례 미사에 이용훈 주교, 염수정 추기경, 임민균 신부가 참가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장례식 후 교황의 관은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다. 검소한 성품의 교황은 자신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라틴어 교황명 비문만 있는 간소한 무덤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생전 교황이 사랑했던 성당이다. 대부분의 전임 교황은 사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안장됐다. BBC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00여년 만에 바티칸이 아닌 장소에 안장되는 첫 교황이고,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안장은 1669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전임 교황 265명 중 148명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됐다. 교황청은 교황이 무덤에 특별한 장식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자신의 교황명을 라틴어(Franciscus)로 새겨주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장례 예식은 이날 저녁 8시 그가 거주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마련된 관에 유해를 안치하면서 시작된다.
바티칸은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교황의 시신을 며칠간 안치했다가 이르면 오는 23일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 일반 대중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직접 장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도록 전례서를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교황의 시신을 안치하는 관을 삼중관에서 목관 1개로 줄이고 선종 확인은 교황이 숨을 거둔 방이 아닌 개인 예배당에서 하도록 했다. 또 시신이 관에 안치된 채로 일반의 조문을 받도록 했고, 사후에는 바티칸 외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도 개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하고 소탈한 행보로 즉위 직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허름한 구두를 신고 순금 십자가 대신 철제 십자가를 가슴에 걸고 소형차에 몸을 싣는 겸손하고 서민적인 교황의 모습에 세계인들은 감동했다. 또한 그는 호화로운 관저를 놔두고 일반 사제들이 묵는 공동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하며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쇠퇴하는 가운데 교황에 즉위해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그의 파격 행보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권위와 물욕을 버리고 몸을 낮추는 습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도 연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