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연방 판사, 학교내 이민 단속 금지 요청 기각
덴버 공립학교가 국토안보부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판결
덴버 공립학교(Denver Public Schools/DPS)가 연방 국토안보부(U.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DHS)의 학교내 이민 단속을 금지해달라며 요청한 가처분 신청이 지난 7일 연방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덴버 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임명한 덴버 연방법원 판사 대니얼 도메니코는 이민 단속 요원이 학교 부지에서 체포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가처분 명령을 내달라는 DPS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DPS는 학교에서의 이민 체포를 사실상 막아왔던 정책을 복원해달라고 요구했다. 학교 측은 이민 단속의 가능성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극심한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메니코 판사는 덴버 연방 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DPS가 일부 가족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혼란과 우려, 그리고 두려움이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인정한다”면서도 “그러한 우려를 해소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메니코 판사는 DPS가 학교에 미친 영향, 특히 학생 출석률 감소가 국토안보부의 ‘민감 지역’(sensitive locations) 정책 변경 때문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강화된 이민 단속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는 “우려의 핵심은 학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지침에서 그러한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새로운 지침이 발표된 이후 학교내에서 단속이 이루어졌다는 증거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 변화가 실질적으로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적으로도 이전 지침과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간의 차이가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DPS는 전국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해당 정책 변화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첫 번째 시교육청으로 알려졌다. 민감 지역 정책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에 마지막으로 개정한 것으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교회와 병원에서도 이민자를 체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DPS의 스콧 프리블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판결에 실망했지만 판사가 공립학교가 입은 실제 피해를 인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판사는 2021년 정책과 2025년 정책간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는데, 이는 우리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DPS는 연방정부가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2025년 새로운 지침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법정 문서에서 트럼프 행정부하에서도 민감 지역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31일 ICE의 당시 직무대행 국장 케일럽 비텔로는 ICE 요원들에게 “보호 지역내에서 또는 그 근처에서 이민 단속을 수행할지 여부, 시기, 장소에 대한 개별적 판단을 내릴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 이후, 덴버 지역의 교육자들은 ICE 요원들이 학교에 출현할 가능성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추방을 약속했을 뿐 아니라 반이민적 발언을 하며 오로라와 덴버에 있는 이민자들을 겨냥한 적이 있었다. 두 도시는 지난달 ICE가 대규모 단속을 벌인 지역 중 하나였다. ICE 및 기타 연방 요원들은 2월 5일 덴버 학교에서 체포를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 4명의 DPS 학생이 그날 체포됐다고 DPS는 전했다.
DPS의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양한 행정명령이 이민 단속뿐만 아니라 연방 자금 지원 및 트랜스젠더 권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전국 여러 주와 단체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일련의 소송 가운데 하나다. 여러 종교 단체들도 민감 지역 정책의 변화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연방 판사는 해당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특정 예배당에서 ICE 요원들이 사람들을 체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도메니코 판사는 판결을 내리기전 전국적인 가처분 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 “극도로 꺼려진다”고 밝혔지만, 다른 연방 판사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전국적인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DPS를 대리한 클레어 뮐러 변호사는 판사에게 전국적인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하며 “DPS 학교만 제한적으로 보호를 받는다면, 이웃한 오로라 공립학교 같은 다른 학군에는 불공정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메니코 판사는 ICE와 국토안보부측 변호사들에게 2월 5일 세다 런 아파트에서 벌어진 단속이 가처분 명령으로 막을 수 있었는지를 반복적으로 질문했다. 해당 아파트는 여러 DPS 학교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법 집행 기관의 출현으로 인해 그날 아침 학생들을 태우러 오는 버스가 지연됐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DPS 측 변호사들은 학교 부지에서의 체포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정책 변화가 학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불안을 조성했으며 가족들이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출석률 감소가 “DPS의 안정성에 대한 명백한 위협”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학교 재정이 교실에 있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DPS는 최근 몇 년간 학군 교실에 4,700명 이상의 이민자 아동을 받아들였으며 이는 신생아 출산 감소로 인한 K-12 학년 등록 감소 추세를 적어도 일시적으로 되돌릴 만큼의 규모라고 전했다.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