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乙巳年) 신년사

2025-01-03     김현주 편집국장

 2025년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의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정리할 시간도 부족했는데 신년 계획까지 세우는 것이 여간 벅차지 않다. 그러나 올 해 이것만은 해야겠다는 각오는 필요하기에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우선 대한민국의 각오는 이랬으면 한다. 지난 해의 탄핵 정국이 올해로 이어지면서, 안타깝게도 모국의 상황은 희망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 세대의 피땀으로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일궜다. 오늘의 국가적 위기가 대한민국의 더 큰 번영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우선 바라는 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사태는 국가 리더십의 실패가 얼마나 큰 해악을 미치는가를 적나라하게 일깨워줌과 동시에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단시간에 이뤄낸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헌법 재판소가 3~4월에 탄핵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5~6월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분노와 배신감이 교차하지만, 언제까지 감정에 얽매여 분노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혼란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하루빨리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무너진 국정을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야당 측의 근황은 이렇다. 더불어 민주당은 제1 야당으로, 국정의 중요한 사안을 좌지우지하며, 지지율은 40% 수준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율도 최선두권이다. 윤 대통령 탄핵 사태로 대선 시기가 내년 5~6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으니, 민주당과 이 대표는 말 그대로 호시절을 맞았다. 그러다보니‘내 맘대로 내 길을 가겠다’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깨달아야 한다. 현재의 위상은 오직 여권의 자멸과 분열에 따른 반사 이익에 무임승차한 결과일 수 있다. 스스로 잘해서 그렇게 된 것처럼  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다면 결국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 국민들은 이미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안고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게 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치인 스스로가 권력의 가치와 품격을 성숙시킬 수 있도록 단단한 각오를 세워야 한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의 각오는 이랬으면 한다. 양심이다. 자주 언급하는 식상한 얘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문득 오래 전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양심 냉장고’가 생각난다. 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좌우 깜빡이를 정석으로 켜는 운전자를 찾아 선물로 냉장고를 한대씩 선물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붐이 일면서 전 국민은 혹여라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몰래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교차로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건널목 정지선 지키기를 시작으로 술, 담배 판매 등 시민의식을 고취시켜 공익성과 사회 정의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었다. 이는 중용에서 그토록 강조한 신독(愼獨)의 현대판 해석이었다. 참고로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하라는 뜻으로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강조한 말이다. 비록 진짜 양심 냉장고를 받아 공개적으로 양심을 인증받을 수는 없겠지만, 올해가 끝날 즈음 우리 모두 양심 냉장고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올해는 한인사회의 화합을 위해 한인회의 활성화를 진정 원한다. 30대의 길고 긴 한인회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찬란했던 한인회의 위상이 존재했던 시기는 짧다. 한인회라는 말만 나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왔던 시간도 10년이 지났다.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얼마나 갈까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하지만 올해 새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그것도 서울대 출신의 공학박사라는 콜로라도 한인사회 역사상 최고 학벌을 가진 이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학벌과 연륜이 뭐그리 중요하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 주 개최된 취임식에서 느껴진 회장의 각오는 그가 쌓아온 학력과 커리어만큼 매우 단단해 보였다. 한인사회에 새로운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열정이 보였다. 다시한번 한인회가 한인사회의 단단한 중심단체로 우뚝 서 줄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포커스 신문사의 올해 각오는 이렇다. 올해 포커스 신문사는 창간 19주년을 맞는다. 그래서 웬만한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역사는 꿰고 있을 정도의 연륜이 쌓였다. 그래서인지 간혹 독자들은 포커스가 무분별했던 콜로라도의 언론을 통일했고,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말 속에는 축하보다는 그들의 염려도 내재되어 보인다. 짐작컨데 주간포커스 신문사가 언론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포커스 신문사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정직한 정의’는 앞으로도 적용될 것을 다짐한다. 또, 올해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잘한 사람은 더 큰 칭찬으로, 공공의 적은 냉철하게 동포사회에 알릴 것이다.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도 꾸준히 해왔다. 이 역할도 이어갈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알찬 기획기사를 준비해 유익하고 볼거리 많은, 차별화된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의 눈높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포커스의 올해 중점 노선은 바로 2세들과 교육 부분이다. 콜로라도 한미 청소년 문화재단을 통해 5세부터 24세까지를 위한 동요대회 및 콘서트, 교육 세미나, 특화된 교육기사를 통해 2세들에게는 한인사회가 친근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부모들에게는 힘든 이민 생활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반자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독자들도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도 좋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24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25년을 그려보길 바란다.                                    

<발행인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