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한번 대한민국

2024-12-25     weeklyfocus

미국에 살면서,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가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고 있는 뉴스를 볼 때마다 한국에 관계된 것이 있는지 귀를 쫑긋 세우곤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이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면담했고, 얼마 전에는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다. 또,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아내와도 사적인 만남을 가졌으며,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만났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까지 과시했다. 아직 취임식을 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갖기 위해 줄을 대고 있을 뿐 아니라,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당선인 또한 자신이 관심갖고 있는 국가 정상들에 대한 언급과 미팅을 이어가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그의 관심사에 한국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12·3 계엄 사태 이후 3주가 흘렀지만 계속해서 시끄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탄탄한 대통령이었어도, 트럼프의 관심 밖의 인물이었을 것인데, 40여년 전의 유물인 계엄을 끄집어내 어이없는 권력 공백을 자초하다보니, 트럼프의 눈에는 한국이 얼마나 한심스러워 보일지 가늠이 된다. 사실‘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는 대선이 끝나고도 2년 내내 연장전 상태였다. 박근혜 탄핵 덕분에 집권 경험이 있는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는 뒷전이고, 정부 흔들기에만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정치 신인’윤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불통을 고집하다 황당한 카드를 꺼냈다. 그 바람에 자신을 뽑아 준 보수층은 무너졌고, 정치를 퇴행시킨 정치인들한테는 되레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되었다. 사법 리스크로 본인도 떳떳하지 못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거리 집회에 나타나 “광화문이 더 많은 빛으로, 더 밝게 빛나길 바란다”며 대통령 탄핵 촉구를 독려하고 있다. 촛불의 의미를 모르지 않지만, 미국에 사는 교포의 한 사람으로서, 매번 뉴스에 등장하는 촛불이 반갑지만은 않다.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고, 일어났어도 트럼트 당선인의 취임식 이후에나 일어났으면 좋았겠다 싶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트럼프의 새 행정부는 한국의 누구를 만나 정상 회담을 해야할 지, 필자가 봐도 난감하다. 미국의 최고 우방국이라고 자처했던 대한민국은 이제 북한보다 대접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 손정의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에 이어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와의 조기 회담 의사를 내비쳤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트럼프 당선자와의 관계 구축에 손발이 묶인 한국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지난 주 트럼프 당선인은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자택에서 손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시바 총리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일본이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내년 1월 대통령 취임 전 이시바 총리와 만나기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런 입장 변화는 일본의 정계, 재계가 노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측은 ‘흔들림 없는 미일관계’를 보여주고자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관계 쌓기에 공을 들였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만난 아키에 여사가 가교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와 이시바 현 총리의 조기 회담 의사는 아키에 여사가 이어준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미국 투자도 적극 활용했다. 손 회장은 그 날 트럼프 당선자와 나란히 서 미국에 1천억 달러를 투자해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혀 트럼프를 기쁘게 했다. 

트럼프 당선자와의 관계 구축은 원래 한국이 일본보다 앞섰다. 이시바는 당초 트럼프가 좋아했던 고 아베 총리의 정적이었기 때문에 호감도가 낮았다. 그리고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뒤 윤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보다 먼저, 더 오래 트럼프 당선자와 전화통화를 하며 조기 회담 공감대를 이루었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다른 나라 정상과 비교해 트럼프 당선인과 이시바 총리의 통화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입장이 뒤바뀌었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령과 탄핵안 가결로 양국 정상간 관계 구축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여기에 한국의 상징 기업인 삼성까지 세계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검찰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로 이재용 회장에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고, 선고는 내년 2월에 있을 예정이다. 전 세계인이 바라보는 한국, 이대로 괜찮을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선진 정치, 깨끗한 기업경영, 물론 이러한 슬로건 좋다. 그러나 안에서 피 터지게 싸우느라,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후퇴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아무리 평화로운 촛불 시위로 민심을 모아 현 정치를 심판한다고 해도, 해외에서 비쳐지는 모습은 그냥 불안정하고 퇴보한 국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가적 비상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정국 안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여야의 행태가 가관이다. 윤 대통령의 중도 퇴진은 정해진 수순이지만, 탄핵이 되어도 문제다. 벌써 한국은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된 불명예를 안게 된다. 과연 어느 국가의 대통령이, 언제 또다시 바뀔지도 모르는 한국의 대통령을 만나서 국가적 중대사안을 의논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환율은 1,450원까지 치솟았고, 기업과 국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다. 모든 국민들은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전 세계 대통령들이 임기가 바뀔 때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제일 먼저 접견하고 싶어하는 날이 언제나 찾아올 수 있을까. 

‘푸른 뱀의 해’을사년(乙巳年)의 새해가 밝아온다. 새해에는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하고, 전 세계가 열광하는 케이문화의 본국, 코리아로 당당하게 입지를 굳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