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앞에 두고 길을 묻다
요즘에 환절기가 되어서 그런지 주변에 연로한 분들의 소천 소식을 자주 듣게 됩니다.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고 다가오는 겨울을 잘 넘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도 한 여성도님이 얼마 전에 소천하셨습니다. 70대 중반 되신 여성도님이신데 갑자기 쓰러지셔서 몇일 동안 코마 상태로 있다가 결국은 하나님 나라로 먼저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일에 뵈었던 분을 그 다음 주일부터 갑자기 못 보게 되니 저를 비롯한 모든 성도님들이 큰 슬픔과 충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성도님의 임종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저의 마음과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습니다. 그 성도님은 평소에 조용하시면서도 믿음이 좋으셨고 사랑이 참 많은 분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신앙생활 했던 분이라 지금도 마치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 과연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성경에 있는 표현처럼 인생은 입김처럼 잠시 있다가 곧 없어지고 마는 존재인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고 마는 존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 우리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수 천년동안 사유해온 인간 철학의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이러한 질문에 저마다 답을 내놓고 있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신약 성경 요한복음 14장을 보면 세상을 떠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이제 곧 십자가를 지시고 세상을 떠날 것을 미리 아셨습니다. 그 사실을 제자들에게 미리 알려줍니다. “나는 너희들을 곧 떠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제자들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제자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하기 위해서 자신의 가정도 생업도 꿈도 다 버리고 예수님을 3년동안이나 따랐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니 예수님이 우리를 떠나신다고?” 참으로 믿을 수 없는 말씀이었습니다. 제자들은 너무나 큰 걱정과 두려움에 빠집니다. 이때 예수님은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요 14:1-3)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제자들에게 자신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 죄인들이 구원받고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승천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에 가서 그 곳에서 믿는 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나라를 예비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믿으라 그리고 아무런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을 떠나는 예수님의 모습은 참으로 귀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떠날 때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들을 다 책임지지 못하고 떠날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나의 성공과 나의 이익을 위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갈 길만 걸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떠나실 때는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 떠나신 것이 아니고, 세상의 모든 죄인들이 구원받는 길을 여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고 천국을 예비하시겠다 고 말씀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하시는데도 도마라는 제자는 묻습니다 “주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거늘 그 길을 어찌 알겠사옵나이까” (요 14:4) 예수님은 인간의 구원을 위한 모든 길을 다 열어 주신 분이기에 그 분이 바로 길입니다. 그런데 도마는 “인생의 길이 무엇입니까?” 묻습니다. 인생의 길이신 분을 앞에 두고 길을 묻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주 분명하게 대답하십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 14:5)
그럴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예수님은 이제 하나님 나라에 가셔서 하나님 나라를 예비하고 계시지만 제자들은 세상에 남겨질 것입니다. 제자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할 때 기도할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라” (요 14:13) 하지만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는 “무엇이든지 기도하면 다 들어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것은 미신 종교의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예수님의 뜻대로 기도하면 그 기도를 들으시겠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영인 성령님을 보내주시겠다 고 말씀하십니다. “그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그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아나니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 (요14:17-18)
예수님의 영인 성령님이 믿는 자들에게 있어서 그들과 항상 함께 할 것이고 길을 모를 때 길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처럼 세상을 떠나면서도 남겨진 자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모든 것을 다 준비해 주는 모습은 너무나 놀랍습니다. 우리도 누군가를 떠날 때는 남겨진 자를 위해서 최선의 준비를 다 해주는 자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후회없이 사랑하는 인생이 되면 좋겠습니다. 길과 진리와 생명을 잃은 허무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길과 진리와 생명을 되찾아 주신 예수님 안에서 길과 진리와 생명을 되찾고 소망 찬 삶,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분들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믿음장로교회
김병수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