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의 힘

2024-11-01     weeklyfocus

11월5일 대선 및 총선거일을 일주일을 앞둔 가운데 전국적으로 사전투표자가 이미 3천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인구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우편투표자가 이미3백만명을 넘어서는 등 투표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LA 카운티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현장 투표 센터가 설치되어 선거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한인 단체 및 정계 관계자들은 중요한 선거인 만큼 한인 유권자 모두가 자신의 한 표를 소중히 여기고 적극적인 참여로 투표율을 끌어올려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주간포커스 지사가 소재한 달라스의 한인사회에서도 한인 변호사를 주 하원의원에 입성시키기 위한 투표 열기로 뜨겁다. 

이번 대선에서는 4년 전과 달리 공화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전체 판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전투표를 시작한 여러 주에서는 투표 첫날부터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허리케인 ‘헐린’ 피해에서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사전투표 첫날에만 35만3,000명 이상이 투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공화당 텃밭인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지난 18일 사전투표 참여자가 17만7,000명에 육박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핵심 승부처인 조지아주는 지난 15일 사전투표를 개시한 이래 거의 매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23일 위스콘신주에서도 사전투표소들이 문을 열어 조기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이 몰리는 등 투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경합 주의 사전 투표율은 그 어느때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는 사전투표의 시작과 함께 투표자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사전투표를 시작한 지 닷새 만에 조지아주 215만9,980명,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00만7,659명, 펜실베이니아주는 120만3,577명, 미시간주는 134만4,676명, 애리조나주 91만6,688명, 네바다주 40만8,835명 등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콜로라도는 다소 분위기 다르다. 28일 현재 콜로라도에서 약 63만 5천 명의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2020년 같은 시점 대비해 다소 낮은 수준이고, 타주에 비해서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콜로라도의 사전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몇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먼저, 2024년 선거에 대한 열기가 2020년 대선보다 낮고, 그에 따라 유권자 참여가 줄어들었다. 또한, 마지막 투표 일까지 투표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선거에 대한 피로감이나 정치적 관심 저하가 일부 유권자들의 사전 투표율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곳 콜로라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는 한인 인구를 약 3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4만 명이 넘었다, 5만 명에 이른다는 설도 있지만, 한인사회의 경제 발전 속도와 교회의 성도 수 등 추정해 봐도 이는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숫자다. 오히려 3만 명이라는 숫자는 미국에서 진행하는 공식적인 인구조사인 '센서스'의 결과에서도 뒷받침되는 수이기도 하다. 10년마다 미 전체에서 실시되는 인구조사 센서스가 2020년에도 실시됐다. 센서스국은 2020년 콜로라도 인구가 5,773,714명이라고 발표했다. 2010년에 비해 744,518명이 증가한 수다. 이중 아시아 계통 주민들의 국적별 분포는 중국이 32,485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24,222명, 한국인 24,122명, 필리핀 15,463명, 일본 11,113명, 기타 32,800명이었다. 알다시피, 인구조사는 센서스국의 직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했고, 만약 조사에 응하지 않은 가정의 경우에는 몇 번씩 찾아가 귀찮게 조사를 했을 정도로 반 강압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체류신분을 떠나 거주인들의 90퍼센트 이상이 센서스에 참가했고, 그 결과로 추산된 한인 인구는 2만4천명이었다. 여기에 10퍼센트, 최고 30퍼센트를 더한다고 해도 한인은 3만명 정도이다.

콜로라도주와 센서스국에서 공식 발표한 인구 수로 본다면 한인 수는 콜로라도 전체 인구의 0.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국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권자의 수는 센서스의 결과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이러한 수적 열세 때문인지 이곳 한인들은 개인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나 한 명이 무슨 힘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허물어지기 쉬운 모래성 같은 한인사회의 위상을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과 참여가 절실하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나’와 ‘너’가 모여 ‘우리’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좋은 기회가 바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싫고, 해리스가 좋을 수 있다.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 사회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필요하다. 민주당은 진보적 정책들로 사회가 전진하게 하고 공화당은 보수적 시각으로 사회적 안정을 추구한다. 그렇게 양날개가 되어 사회는 탄탄하게 발전해 나간다. 유권자들은 각자 판단에 따라 선택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임기까지 정치는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모두 공평하게 한 표로 목소리를 내고 투표 결과에 모두 승복하는 것. 이러한 민주주의에 절차에 우리 콜로라도의 한인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  

인천 제물포에서 미국 하와이까지, 한인 이민 선조들이 새로운 이민길을 개척한 지 120년이 넘었다. 그 파란만장했던 가시밭길은 우리 선조들이 써온  불멸의 대서사였음을 안다. 앞으로의 이민 100년 사를 내다보며,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할 것은 정치력 신장이다.  투표 참여는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그 미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민자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