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 4년 반 만에 금리인하 시대 열었다 ... 연내 2차례 추가 인하 전망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다.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하게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다. 글로벌 금융 시장과 세계 최대 경제인 미국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연준이 ‘빅컷’으로 금리 인하 시대의 문을 본격적으로 연 것이다. 미국의 ‘빅컷’으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쇄적인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연준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연 4.75~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2020년 코로나로 사실상 0%대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2022년 3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해 7월 금리를 22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5.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8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 왔다.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그간 미 경제에 부담이 됐던 인플레이션이 목표(2%)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기 침체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식어 가고 있는 노동 시장이 얼어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담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연준은 이날 함께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4.4%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 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이다. 연준 위원 19명 중 9명은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보다 0.5%포인트 금리가 더 낮춰질 것으로 봤다.
미국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것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연준은 이날 FOMC 후 내놓은 성명서에서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됐다(slowed)’고 평가했다. 또 향후 “완전 고용 유지”를 강하게 지원하겠다는 전에 없던 문구를 새로 넣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을 지원할 시기는 노동시장이 강할 때, 즉 정리 해고가 나타나기 전”이라며 “그래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고용시장이 예기치 않게 둔화한다면 연준은 더 빠른 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빅컷(big cut)
중앙은행이 금리를 통상적으로 0.25%포인트 내리는 것과 달리 0.5%포인트 인하(big rate cut)하는 것을 뜻한다. 0.25%포인트 인하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때부터 통용된 ‘베이비스텝(baby step, 아기 걸음마)’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