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혁명
짝퉁의 최대 생산지라면 우리는 으레 중국을 떠올린다. 중국의 짝퉁 기술은 국제사회의 논란이 될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많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의 절반이상이 메이드인 차이나 인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짜 상품의 약 8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짝퉁 제품은 품질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뉘며, 고가의 정품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고품질 모조품부터 저렴한 저품질의 짝퉁까지 다양한 범위의 상품이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주로 사용된 재료, 제조 과정, 그리고 품질 관리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중국의 짝퉁 기술은 패션, 신발, 가방,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부품, 의약품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또, 가짜 약품이나 미용 제품, 심지어 전통 예술 작품도 모조품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있다.
즉, 중국의 짝퉁 제조자들은 글로벌 시장에 나온 신제품을 빠르게 분석하고 모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중국은 신제품이 출시된 직후 매우 빠르게 유사한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명품에 빠진 한국사람들도 짝퉁인 것을 알지만, 중국의 짝퉁을 선호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짝퉁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짝퉁의 기술이 지금의 중국의 기술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주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2024’ 전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아이템 중 하나가 중국산이었다. 중국 청소기‘드리미’ 부스에서 새 로봇청소기의 놀라운 활약상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로봇청소기는 두꺼운 매트나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큰 약점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드리미가 이를 극복했다. 드리미는 5cm 높이의 문턱을 자연스럽게 넘어 다녔다. 턱을 만나자 청소기 몸체에서 뒷다리 역할을 하는 바퀴가 튀어나와 청소기 앞쪽이 들리면서 높은 턱을 타고 넘었다.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1위 로보락도 4cm 높이 턱을 오르는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또한 중국제품이다. 이에 비해 올해 나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로봇청소기는 최대 오를 수 있는 높이가 2cm 정도다. 중국 브랜드 로봇청소기는 몸체를 자동으로 낮춰 가구 밑으로 들어가는 기술력도 갖췄다. 또, 두 개의 카메라를 장착해 얇은 케이블도 피하는 회피 능력도 선보였다. 로봇청소기의 핵심 기술인 자율 주행과 센서 기술 개발도 중국이 월등히 앞선다. 로봇청소기는 흡입·걸레 등 청소 능력만큼 집안의 지물지형을 파악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지도 제작 능력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과 센서 기술이 필수다. 현재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 최고 성능의 프리미엄 가전제품은 한국과 유럽 업체들이 만들고 있다. 하지만 로봇청소기 만큼은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독보적이라 평가받는데. 이에 따라 이번 전시회에서 중국 로봇청소기의 약진은 전 세계 가전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과 중국 업체의 향후 입지 변화를 예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기업 약진의 비결은 연구개발과 경쟁의 힘이다. 중국의 로보락은 삼성과 LG보다 10년 이상 늦게 진출했지만, 현재는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1위다. 이 회사는 1500명 임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직군이다. 작년에는 1169억원을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로봇 청소기 연구진이 수십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스마트폰계에도 중국은 선두자리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9년 ‘갤럭시 폴드’를 시작으로 폴더블폰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후 중국 기업들이 북타입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최근에는 북타입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형태의 기기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주 미국 애플은 'AI 기능 탑재' 로 화제가 된 아이폰16 을 출시했지만, 중국 테크기업 화웨이는 이에 질세라 휴대폰을 두 번 접는 ‘트리폴드폰’를 출시했다.
그동안 중국은 과거에 모방과 짝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술 혁신과 창조에 대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한때 저가 제품을 대량 생산하며 '짝퉁' 이미지를 강하게 가졌지만, 최근에는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주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연구개발(R&D) 투자 증가, 그리고 인재 양성 프로그램 덕분에 가능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정책을 통해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첨단 기술 산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 인공지능, 5G, 재생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고,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와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이 중국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의 대학과 연구 기관에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를 대규모로 양성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재생 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기술 등 친환경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 중국의 기술 혁신은 이제 단순한 모방을 넘어,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중국을 보면서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 뉴스를 보면 정부의 모습이 너무 지겹다. 한시라도 기업들에게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국가경쟁력을 높일 생각은 않고, 뉴스채널을 돌릴 때마다 영부인의 명품백 얘기만 1년 내내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얘기가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도 1년 내내 전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않는 것일까. 무혐의 결론이 났다고 해도,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국회에서도 다른 일은 제쳐두고 온통 명품백 얘기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동포의 한사람으로서 우리의 기업과 민생이 안타까워 보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