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죄수 살린 감옥

유죄일까? 무죄일까?

2011-07-21     이하린 기자

 살인죄로 복역중인 죄수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도소를 고소했다. 죽어가는 자신을 살려냈기 때문이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임신한 여자 친구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다니엘 셀프(54)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나이트클럽에다 조명을 설치해주는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과속 위반 티켓을 받았을 뿐, 범죄 전력도 없었다. 그런데 2003년 3월, 당시 24살이었던 그의 여자친구 리아 케더린 지가 권총에 맞아 숨졌다. 셀프는 여자친구가 스스로 총을 쏘아 자살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수사 결과를 들어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결국 셀프는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스털링 교도소에 수감되어,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다른 제소자들로부터 조롱과 구타를 당하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셀프는 교도소에 수감된 후 9번이나 항소심을 제출했으나, 9번 모두 거부되며 점차 희망을 잃어가게 된다.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던 셀프는 어느날, 다른 죄수가 ‘감옥에서 심장 마비에 걸렸는데 의사가 다시 살려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면 간수들이 살려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유죄선고를 받은 후 5년이 지난 2009년 1월 22일, 그는 자신이 호흡을 멈추거나 심장이 뛰지않을 경우,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지 말것을 요구하는 DNR(Do Not Resuscitate) 지시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 서류를 받은 간수는 셀프에게 의료서류 맨 위에다 DNR 서류를 올려놓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셀프는 이미 수면성 무호흡(Sleepapnea spells)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2009년 4월 4일, 숨을 쉬지 않고 있는 셀프를 그의 감방동료가 발견했다. 간수들은 그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급히 그를 스털링 병원으로, 이어 헬기로 덴버로 옮겨 추가 응급 진료를 받았다.    

 셀프는 고소장을 통해 교도소가 DNR 지시를 무시하고 다시 자신을 살려낸 것은 자신의 권리를 무시하고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셀프의 변호사인 브랫 램피아시 역시 교도소측이 의료 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있는 셀프의 희망사항을 무시했으며, 교도소 간수들이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아 셀프가 DNR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마음대로 살려낸 것은 제소자에 대한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죄수는 자신이 감옥 밖으로 나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죽음뿐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모든 법적인 서류도 제출했다. 드디어 그 기회가 왔는데 감옥은 죄수의 실낱같은 희망을 가차없이 빼앗아버렸다. 다시 그는 감옥에 갇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살린 교도소는 해야할 의무를 마쳤다. 그런데 죄수가 DNR지시서를 제출했다는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응급 상황에서 수많은 제소자들 가운데 누가 DNR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간수들이 일일이 기억하기는 힘들수도 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죄수는 크게 분노했다. 왜 살려냈냐고 절규했다. 교도소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격이다. 교도소는 과연 유죄일까? 무죄일까?  <이하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