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살
한국의 열여덞살이면 투표를 시작할 수 있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으며, 군대입대도, 9급 공무원 지원도 가능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도 관람이 가능한, 사실상 성인에 접어드는 나이이다. 미국에서도 비록 술과 담배는 살 수 없지만 투표를 시작하는 나이이며, 아파트 렌트와 주택 구매도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나이인만큼 부모로부터 독립이 합법적으로 허락되는 성인의 반열에 들어서는 나이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18세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고, 미래를 향한 부푼 희망을 안고 인생 최고의 전환기를 거침없이 맞이하는 나이이다.
꿈과 희망, 미래에 대한 포부를 다시한번 세우는 나이 18세, 이제 포커스가 그 나이가 되었다. 포커스를 창간하면서 많은 꿈을 꾸었다. 863번째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포커스의 시작은 아주 미비했다. 덴버 한국일보사에서 쫓겨난 후 2천불로 시작한 포커스였다. 당시 한인타운에는 9개의 한인 신문이 발행되고 있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2006년 9월 첫째주에 80면으로 시작했던 포커스는 136면까지 늘려 발행되고 있으며, 지역업체뿐만 아니라 LA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 소재한 업체들의 광고 문의도 나날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미국 내에서 가장 경제 및 인구 성장률이 높은 텍사스 달라스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주간포커스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고 자부한다. 25년전‘뉴미디어 시대의 환경변화에 따른 인쇄신문의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을 당시만 해도, 인쇄신문은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그 예견을 뒤집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인쇄신문은 여전히 살아있어 다행이다.
주간포커스는 그동안 다방면에서 개척자의 길을 걸어왔다. 콜로라도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한인 신문사가 없었을 때, 웹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전자신문도 발행, 6년 전에는 앱도 출시했다. 또, 중앙일보와 제휴한 인터넷 쇼핑몰 <핫딜 콜로라도>는 품질좋은 한국 제품으로 인해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소록 역시 발행을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16년이나 되었으며, 한인사회에서 유일하게 발행되는 업소록으로 굳게 자리잡았다. 특히 여행자나 타주 한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이 부록편이다. 콜로라도의 꼼꼼한 여행정보와 각종 생활정보는 전문가에 의뢰해 내용을 정리하고 번역한 특화된 내용으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곳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귀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그동안 업소록을 발행하겠다는 매체들이 더러 있었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광고비를 떼인 업체들도 많았기 때문에 포커스의 꾸준함은 광고주의 신뢰로 이어졌다.
그리고 청소년 문화축제와 동요대회, 교육세미나, 건강검진행사, 요리 강연회, 영사업무, 청소년재단 설립, 테니스 대회, 코로나 19백신 접종 클리닉, 마스크 무료 배포, 한국 정치인 특별강연, 골프대회, 한국문화축제 등 콜로라도 한인커뮤니티를 위한 행보는 매년 이어졌다.
필자는 덴버 한국일보에서 2년, 주간포커스를 18년, 이렇게 20년을 덴버에 살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다. 칭찬에 박하고, 시기 질투에 강한 이들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주간포커스도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다. 하나하나 반박하기도 무색한 가짜뉴스들로 포커스의 신뢰도를 폄훼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교민들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불량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다. 자기 일에 집중하지 않고 남의 일만 따지다보면 하향길을 지나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
주간포커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는 본연의 일에만 몰두해 왔기 때문이다. 잘못된 일은 지적하되, 즐겁고 유익한,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배로 추가해 실었다. 청소년 문화축제와 동요대회를 개최하며 ‘포커스 키즈(Kids)’로 자라난 2세들이 5백여 명이 넘는다. 또, 단순히 지면만 채우는 무미건조한 기사 대신 세번, 네번 교정을 보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정성과 논리, 글의 품격을 담기 위해 한 주도 빠짐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이제는 타주에서 방문한 사람들로부터도 칭찬을 자주 듣곤 한다. 달라스에서 창간한 지 4개월 밖에 안 되었지만 덴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경영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독일어에 ‘샤덴프로이데’라는 말이 있다. 잘 나가는 사람, 그것도 자신의 분야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불행해졌을 때 드는 오묘한 쾌감을 일컫는 독일어다. 우리 조상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로 이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궁중악사 살리에르는 젊은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을 시기한 나머지 그를 정신적인 궁지에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모차르트를 죽인 후 그는 후회와 자책, 자괴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모차르트를 시기했던 것은 잠깐이지만, 그 시기심을 이기지 못한 대가로 살리에르는 평생을 모차르트의 그늘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가다 죽는다.
이러한 시기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그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과 환경, 성향,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다. 당연히 처한 조건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고,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다르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나는 그들이 아니고, 그들도 내가 아니다. 그들의 성공을 내가 꼭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의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타인의 그것과 다르다. 사촌이 산 땅이 부럽다고 해서, 그 땅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나에게는 숲이 혹은 바닷가, 혹은 도시의 작은 집이 더욱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이룬 것 말고, 내가 원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면 된다. 포커스도 포커스다운 것에 더욱 집중하겠다.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보태야 할지도 더욱 신중하게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