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참빛교회 유지훈 담임목사

2024-08-30     weeklyfocus

  한때는 누군가가 일주일의 첫째 날을 주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일요일이라고 부르면 불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교회를 안 다니는 분이 일요일이라고 하면 그것은 그냥 넘어갔지만 교회 안에서 교인이 일요일이라고 하면 매우 거슬렸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내색을 안 하더라도 속으로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주일이라고 해야지 왜 일요일이라고 할까”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을 마음속으로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제 신앙도 조금 더 성숙해지면서 (물론 제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이지만)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일이라는 것은 “주님의 날”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일요일만 주일이라고 하고 나머지 요일은 원래 이름대로 부른다면 일요일만 주님의 날이고 나머지 날들은 그냥 평범한 날, 혹은 나의 날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독교의 신앙이 아닙니다.

  기독교의 신앙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셨고 모든 것의 주인이심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고 자기 스스로 주인이 되려고 하였습니다. 그 죄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은혜로 인간을 구원하여 주십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주님께 우리의 모든 삶을 드리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일요일만이 주일이 아니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모두 주일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믿는 사람들은 성스러운 것(sacred)과 세속적인 것(secular)을 구별하며 판단을 합니다. 아니, 구별이 아니라 차별을 합니다. 성스러운 것이 더 가치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CCM (Contemporary Christian Music) 이 가요나 팝송보다 더 가치있다고 말합니다.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것보다는 모여서 말씀보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다른 곳에서 모여 노는 것보다는 교회에서 모여 노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보실까요? 무엇이 성스러운 것이고 무엇이 세속적인 것일까요? 그 기준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는 보통 종교적인 것을 성스러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외의 것을 세속적인 것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하나님께서도 그렇게 보실까요?

  사도행전 10장에 베드로는 환상을 봅니다. 하늘에서 보자기가 내려오는데 그 안에는 부정한 짐승들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늘로부터 소리가 납니다. “베드로야 잡아 먹으라.”  베드로가 속되고 깨끗하지 않은 것은 먹을 수 없다고 하자 다시 하늘로부터 소리가 납니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행10:15).

  왜 우리는 종교적인 것이 아니면 세속적이라고 하고 속되다 라고 할까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 아니던가요? 일요일도, 월요일부터 토요일도 다 하나님의 날, 주님의 날이 아니던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 더 성스럽고 의롭고를 차별하기 전에 어떻게 모든 것을 주님을 위하여 헌신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함께 모여 기도를 드리는 것이 주님께서 더 기뻐하시는 것일까요, 아니면 수다를 떠는 것이 주님께서 더 기뻐하시는 것일까요? 상황과 목적에 따라서 다릅니다. 우리는 보통 기도를 드리는 것이 더 성스럽다고 말하지만 만일 기도의 목적이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함이라면? 그리고 수다를 떨면서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던 상처를 떨쳐버릴 수 있고 다시 즐거움을 찾고 함께 수다를 떠는 사람들과 더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기도도 세속적인 것이 될 수 있고 수다도 성스러운 것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핵심은 우리가 무엇을 위하여 하느냐 입니다. 목적이 중요하고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우리의 삶의 주인이시라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하나님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나의 사업, 나의 직장, 나의 학업,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다른 관계들, 나의 봉사, 나의 섬김 등등. 모든 것이 주님의 것임을 인정하고 주님을 위하여 할 때, 바로 그것이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성스러운, 거룩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부르지 말고 일요일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일요일은 구별된 날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이어서 우리는 그날을 구별하여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귀한 날로 정하였으니 그 날을 주일이라고 부르고 지키는 것은 맞습니다. 함께 드리는 공 예배는 매우 중요합니다. 주일성수는 우리에게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의 삶 전부가 하나님께 드리는 산 제사,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의 모든 부분이 하나님의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용돼야 될 줄로 믿습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고전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