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의 느닷없는 조롱
한국이 파리올림픽 대회 3일차에 금메달 3개를 획득했다. 펜싱, 사격, 양궁으로 이뤄낸 쾌거에 온라인상에서는 전투의 민족이다, 무기의 나라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검으로 상대를 겨누는 펜싱, 과녁에 각각 총과 활을 쏘는 사격, 양궁 등 모두 전투 무기와 관련된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이유에서다. 펜싱 남자 사브르 오상욱이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데 이어 이날 사격 여자 10m 오예진, 양궁 여자 단체팀이 각각 금메달 1개씩을 추가해 금메달 3개를 따냈다. 여기에 사격 은메달 2개, 수영 동메달 1개까지 더해 메달 개수는 총 6개가 됐다. 사실 한국은 구기 종목과 투기 종목이 지역 예선에서 대거 탈락하며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역대 최소 규모로 선수단을 꾸렸으며, 금메달 5개로 종합 15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대회 초반부터 메달이 이어지고, 아직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많아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일본 언론이 올해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규모를 거론하며 “침몰하는 한국을 상징한다”고 느닷없이 조롱하는 듯한 칼럼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무로타니 카츠미는 산케이신문의 자매지인 주간후지에 지난 28일 “파리올림픽 보도가 적은 한국, 선수단은 도쿄 올림픽의 60%, 단체 종목은 여자 핸드볼뿐”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세계 언론은 올림픽 개막으로 자국 선수 활약상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한 나라 선수단의 활약은 경제지표나 군사력 지표와는 다른 차원의 국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스포츠 강국이라고 자부해온 한국의 언론이 파리올림픽의 동향을 작게 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로타니는 도쿄올림픽 당시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3년 전 도쿄올림픽 당시 한국 언론은 개막 몇 달 전부터 방사능 대국 일본을 찾아다니는 데 혈안이 됐다”며 “그에 비해 이번에는 눈에 띄는 경기장 소개 예고 기사도 없다. 때려잡아야 할 야만국 일본에서 존경해야 할 문화대국 프랑스로 무대가 옮겨졌냐”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 올림픽 선수단은 금메달 획득 목표를 5개로 잡았다. 목표를 적게 말해서 이겼다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하지만 태권도 등 틈새 종목에서 몇 개의 메달을 따더라도 한국은 더 이상 스포츠 강국이 아니라는 것은 한국인들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로타니는 지난해 4월에도 한국을 겨냥한 칼럼을 쓴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에 와서 편의점 도시락과 같은 싸구려 음식만 찾는다"면서 조롱했었다. 무로타니는 기고문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맹렬한 기세로 늘고 있는데, 일본을 다녀간 젊은이들은 호텔보다는 민박이나 캡슐호텔에서 묵고, 싸구려 회, 패스트 푸드,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며 이것이 일본보다 임금 수준이 높아졌다는 나라의 젊은이들 모습이냐고 조롱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한국 관광객들은 해외여행 경험이 없다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겨 그 ‘부끄러움’에서 탈출하기 위한 싸고 간편한 방법이 ‘일본행’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2월에도 유칸후지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에르메스’ 빈 박스를 배경으로 가짜 ‘롤렉스’ 손목시계를 차고 자랑질을 위해 사진 찍는다”며 “가라앉는 나라의 모습이다”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일본인은 껍데기를 버리고 실리를 택하지만 한국인은 그와 정반대인데, 이 또한 외화내빈의 국민성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지통신 서울 특파원 출신인 무로타니는 2013년 발표한 ‘악한론’으로 혐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붕한론’, ‘매한론’, ‘한국은 배신한다’ 등의 책도 펴내며 지속적으로 한국을 비방하고 있다. 그는 현재 유칸후지에서 ‘신·악한론’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며 꾸준히 한국에 관한 부정적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K-컨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잘나가다 보니, 세계인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것에 배가 아픈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실생활을 체험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둔다. 일본에는 편의점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편의점에서 음식을 체험하려는 것이다. 결코 싸구려 여행만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로타니는 일본의 대표 대중문화를 스스로 싸구려로 폄훼한 것이 아닐런지.
일본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 금메달 20개를 목표로 393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144명으로 꾸려진 한국 선수단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은 규모이긴 하다. 우리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축구나 배구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파리올림픽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그 어느 올림픽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한 방송 3사의 시청률은 현저히 낮았고, SBS는 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경제 정치 사회의 상황이 올림픽 경기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고, 그간 각종 스포츠 관련 협회의 문제로 스포츠의 순수성에 실망한 국민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소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에서 확인할 수 있듯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올림픽 경기가 눈에 들어올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유튜브나 다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우리 선수들 것만 별도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올림픽 최저 시청률의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초라한 올림픽 출전선수단에 더해 선수단 입장 퍼레이드 때 한국팀을 북한팀으로 소개하는 주최 측의 황당한 진행 등을 빗대어 일본 언론은 침몰하는 한국이라고 비웃고 있다.
무로타니는 일명 혐한 장사꾼이다. 그는 일본 극우의 현재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 대한 열등감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음에 대한 방증이다. 작은 기회도 포착해서 한국을 폄하할 거리만 찾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삐뚤어진 애국심은 결과적으로 양국의 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자들의 말에 휘둘릴 필요없다. 비록 우리가 일본의 선수단보다 적은 규모라고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태극전사들을 열렬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