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의 생존요소

2024-06-28     김현주 편집국장

  지난주 달라스에서 주간포커스와 중앙일보의 창간식을 무사히 마쳤다. 주간포커스를 덴버에 오픈한 지 18년만이다. 창간을 준비하는 동안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20여년을 살다보니,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서 바깥 세상과의 접촉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이왕 시작하기로 결심하면서 지난 석달간 한주도 빠짐없이 수목금토요일에는 달라스에 있었던 것 같다. 다행이 운이 좋아 한인타운 중심부에 사무실을 구했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만나 회사를 꾸렸으며,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는 분들을 만나 미래를 계획할 수 있었다. 

  6월 24일자 월요일 아침 LA 중앙일보판에 달라스 창간 뉴스가 보도되었다. 미주중앙일보 본사 대표와 편집국장이 참석한 창간식이어서 LA 판에 실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조용하고 천천히 시작하려고 했던 나의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했다. 다행히 지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달라스의 시작은 덴버의 시작에 비해 훨씬 성대했다.  캐롤튼 시장은 행사 시작 10분전부터 착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시의원들도 참석해 한인사회의 성대한 행사에 초청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었다. 특히, 영사관, 한인회, 민주평통협의회, 텍사스 어머니회, 이북도민회, 한인발전재단,  상공인회, 체육회, 테니스협회, 마라톤협회, 호남향우회, 월남전 참전용사회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협회에서 대거 참석을 했다. 축하 화환도 20여개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현 광고주와 미래 광고주분들도 참석해 창간식은 대성황을 이루었다. 주간포커스가 달라스에 오픈한지 6주, 중앙일보는 하루되는 날이었다. 

  창간식을 마친 다음 날, 많은 분들이 카톡으로 칭찬과 응원의 메세지를 한 번 더 보내왔다. 그중 한 분은 “지금까지 신문사가 광고나 받으러 다니는 수준의 존재감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 창간식을 통해 신문사가 이렇게 멋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본인 스스로도 신문사에 대한 편견을 떨치는 계기가 되었다”며, 진심으로 달라스 포커스와 중앙일보의 건승을 기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에 생판 모르는 곳에서 창간을 준비하면서 비관적인 얘기도 많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문을 닫는 신문사가 증가하고 있고, 인쇄신문 자체가 하향세를 맞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신문사를 오픈하는 것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는 25년 전에 쓴 미디어환경변화에 따른 인쇄신문의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 논문에 대한 답을 지금에서야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달라스 창간식에서 강조한 것은 이민자들로 꾸려진 한인사회 내에서 인쇄신문의 역할은 아직도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몇 부 찍지도 않는 신문이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이미 덴버에서도 많은 신문사와 잡지들이 문을 닫았고, 달라스에서도 지난 2월 오랫동안 연명해왔던 한 신문사가 문을 닫았다. 발행 부수가 작다 보니 처음에는 인맥으로 광고를 받았지만, 이러한 상황은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은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웹사이트가 있어도 지역신문으로서의 생존요소를 갖추지 못한다면 도태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지역 신문의 첫번째 생존요소는 발행부수이다. 많은 독자들이 봐야지 그 신문도 존재할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마트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신문이 주말이 지나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은 여전히 인쇄신문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신문의 두번째 생존요소는 무엇보다 동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야 한다는 것에 있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지와 같은 내셔널 와이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그들의 인쇄신문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월드나 미국전체의 뉴스는 인터넷으로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 신문은 다르다. 취재기사든 번역기사든 혹은 광고든,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지역 비즈니스의 동향, 지역 마트의 세일 정보, 지역 행사 안내 등, 그 동네에 특화된 내용은 그 지역의 신문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오로라 한인마트의 세일정보, 오로라 한인 식당들의 스페셜 메뉴, 런치 가격 정보 등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지에 게재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사회에 인쇄신문은 여전히 필요하다.

  필자가 꼽는 세번째 생존요소는 기성세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업체 사장들은 요즘 누가 신문을 보냐면서, 광고효과를 의심한다. 주간포커스는 이들을 위해, 영어와 스페니쉬 판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놓았고 시대적 흐름에 맞춰 SNS 마케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여행도 자주 가고, 외식도 부담없이 즐기며, 물건을 한 개라도 더 구입할 수 있는 넉넉한 소비자는 신문을 보는 세대이다. 신문을 선호하는 기성세대들의 소비성향은 꾸준해서, 광고 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백세시대가 열렸으니 더 오랫동안 지역신문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이처럼 지역에 특화된 동네 정보들이 가득한 신문을 독자들이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발행하고, 젊은 세대들의 호응도 함께 받을 수 있는 SNS 마케팅이 곁들여진다면 이민사회에서 인쇄신문이 사라질 이유는 없다. 건강한 백세시대와 맞물려 오히려 더 각광받을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다.  

  지난주 달라스 창간식을 하면서 덴버의 역사도 뒤돌아보았다.  지난 20년동안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열심히 뛰어온 결과로, 달라스까지의 진출이 무난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어디 한군데도 필자가 소홀히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미주 중앙일보 최초로 두개주(콜로라도, 텍사스)에서 발행인으로 취임하면서, 언론의 사명에 대한 무게감이 막중하게 밀려온다. 그러나 잘못은 지적하되,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필자의 초심은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