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을 지켜라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이 구글이라면, 대한민국의 대표 검색 엔진은‘네이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네이버의 일본 지분이 일본에게 뺏아길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라인(LINE, 일본어: ライン)’은 메시지와 영상통화, 음성통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메신저다. 한국의 카카오톡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 ‘라인’은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합작회사인 LY 주식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라인은 일본과 대만, 동남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주름잡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 대만에서 메신저 시장 점유율이 각각 70%, 90%에 달할 정도로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았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AI 비서까지 탑재하는 등 매우 잘 나가는 메신저이다. 명실상부 일본의 대표 앱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인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것은 일본에 있는 ‘라인야후’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라인과 야후가 합쳐진 회사이다. 처음에는 경영 통합만 진행하고, 라인과 야후가 따로 있었지만, 작년 10월부터 아예 하나의 회사로 통합을 진행했다. 라인과 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가 라인야후의 대주주로 있으며, 이 A홀딩스의 지분은 다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반반씩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지분을 두고 일본에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에서 44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를 빌미삼아 일본 총무성에서 라인야휴가 한국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등 네이버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 라인야후는 재발방지책으로 2026년까지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 추진 및 대주주 지분 조정 검토를 요구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일본 총무성은 천천히 하지 말고 당장 자본 관계부터 재검토하라면서 노골적으로 네이버에 대한 압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국의 기업 네이버가 키운 라인에 한국인 이사를 빼고 전원 일본인으로 이사진을 꾸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파트너였던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측에 지분매각을 요청하게 되었고, 50 : 50의 관계에서 소프트뱅크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완전히 물러나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어찌되었건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가지고 지분까지 매각하라고 하는 행정조치는 매우 부당하다.
만약 네이버가 라인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되면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을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숫자는 없다. 그러나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의 사업 영역 중 일본에 진출한 분야는 핀테크, 웹툰, 클라우드 등으로 일본 사업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분야가 꽤 많다. 그리고 일본에서 차지하는 라인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라인에 대한 지배권 상실은 네이버 일본진출에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네이버의 작년 일본 지역에서의 수익은 약 6,800억원 가까이 나왔다. 물론 한국 내 수익에 비하면 10%도 안 되는 비중이긴 하지만, 해외지역의 수익을 전부 합쳐야 일본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본다면 일본의 비중이 높다. 라인야후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주요 그룹사만 해도 35개 회사가 포함되어 있다. 만약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배권을 상실하게 된다면 그룹사의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감정을 들끓게 한 문제는 일본정부의 개입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공동 경영을 하던 기업들이 협업을 깨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도 공동 경영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의 개입이 비난받는 것은 기업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들며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행태에 한국 정부도 국익 차원에서 적극 초등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정적인 반일과는 다르다.
애초, 한국 정부의 입장은 “네이버의 의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 여부를 먼저 결정해야, 정부도 어떻게 지원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로 직접 개입은 꺼렸다. 소극적 대응에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나서 “부당한 조치에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첫 공식 반응을 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에서 라인 메신저 설치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라인을 일본에 뺏길 수 있다’는 여론이 만들어지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놓고 내놓으라 하네”,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가 주도하고 있다”, “독도 분쟁 보면서도 아무 생각이 안 드나?”, “대기업도 자산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앞으로 중소기업은 어떻게 하라고” 등 라인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는 한국 회사가 만든 세계적 메신저의 경영권을 일본 회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모바일 이용자들이 라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인야후의 최선책은 지분을 유지하면서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와의 제휴가 기대만큼 시너지를 내지는 못했으나,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고, 대만,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셈법이 복잡해 협상은 7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개입이 지속된다면, 한국 정부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차별적 조치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면밀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야한다. 이러다 라인도 독도처럼 자기들이 주인이라고 우길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