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지연능력

홍해 선교회 조완길 목사

2024-05-17     weeklyfocus

    우리말 속담에 ‘외손자는 업고 친손자는 걸리면서, 업은 아이 발 시리다 빨리 가자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집에는 업고 가야 할 손자 셋과 손녀 둘이 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모습과, 성격과, 재능들을 가지고 있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오랜만에 만나서 함께 지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서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협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큰 손녀(박성주)의 이야기로 이 글의 서론을 장식하려고 한다. 성주가 가끔 우리 집에 오면 땅콩과 옥수수를 간식으로 주곤했다. 그런데 성주는 땅콩을 하나씩 까서 먹지 않고 전부를 다 까서 알갱이를 모은 후에 먹었다. 그리고 옥수수도 한알 한알 알갱이를 다 발라서 모은 후에 먹었다. 나는 어린 성주가 빨리 먹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모습에서‘만족지연능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만족지연능력이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더 좋은 일을 위해 참을 수 있는 능력이다. 심리학자들이 인용하고 있는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가 있다. 한 선생님이 4세 정도의 아이들에게 각자의 방에서 마시멜로를 하나씩 나눠주고 15분간 먹지 않고 참으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눈앞에 맛있는 마시멜로가 있다. 이 아이들에게 인내심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30%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대로 기다렸다가 두 개의 마시멜로를 먹었다. 이후 두 개의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을 추적해서 관찰한 결과 청소년 시절에 리더십, 인지능력, 학습능력이 우수했고, 정서지능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이 우수했다. 또한 좌절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강했다. 어릴 때 훈련 받은 자제력은 인생의 성공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주는 실험이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어야 하고, 즉시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 얻지 못하면 상대를 비난하거나 포기해 버린다. 만족지연능력이 약한 것이다. 만족지연능력이 떨어지면 미래의 성공보다 현재의 자극적인 유혹에 빠지기 쉽고 집중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만족지연능력을 다른말로 하면 기다림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다림은 준비의 시간이다.  우리는 긴 인생을 살면서 성장과 성숙을 위한 여러가지 기다림을 경험하게 된다.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는 기다림이다. 성도의 삶은 다시 오실 예수님의 큰 위로의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날을 사모하며 참고 인내하는 것이다. 기다림중에 실망도 하고, 낙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성숙을 위한 진통이다. 더 깊은 영성을 주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마가의 다락방으로 제자들을 찾아오셔서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1:4).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10일동안 마가의 다락방에서 “기도에 힘썼다” 는 기록을 보면 기도의 준비가 예수님께서 원하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기도하며 조직을 정비했다. 가룟 유다 대신 후임 사도를 선출한 것이다. 조직을 보완한 것은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하나님은 언제나 준비된 사람을 들어 쓰신다. 하나님은 모세를 80년동안 준비시키시고 부르셔서 40년 동안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쓰셨다. 주님은 제자들을 3년 동안 훈련시키시고 초대 교회의 주역으로 쓰셨다. 또한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을 부르신 후 아라비아 광야에서 3년 동안 영성 훈련을 받게 하시고 이방인의 사도로 보내셨다. 우리는 기다림의 시간에 기도에 집중해야 한다. 

    기다림은 은혜의 시간이다.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무리의 수가 120명이나 되었다. 기다림은 기도로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들은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며 열심히 기도했다. 기다림은 감사로 반응하는 시간이다. 그들은 예수님께 받은 은혜를 간증하며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기다림은 은혜 가운데 거하게 한다. 은혜가 있는 자리에 있게 되면 기다림은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을 준다. 신랑을 기다리는 은혜(눅12:38), 주님의 약속을 기다리는 은혜(행1:4-5), 몸의 구속을 기다리는 은혜(롬8:22-25), 하나님의 위로를 기다리는 은혜(눅2:25) 등이다. 제자들은 세상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었지만 주님의 약속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행복은 결과보다 과정에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과정이 행복해야 결과도 축복으로 나타난다. 약속한 것을 기다리던 제자들은 성령충만을 받았다. 기다리던 10일이 인간의 시간(크로노스 Kronos)이었다면 성령 강림은 하나님의 시간(카이로스, Kairos)이었다. 성령 강림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역사의 전환을 가져왔다. 오순절은 제자들에게 새 언약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며, 초 인종 초 국가적인 교회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사실을 증명해 주는 사건이 베드로의 설교에서 드러났다. 열다섯나라 이상에서 온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대인 방언을 통해 자기 나라의 언어로 베드로의 설교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그 결과 3천명의 그리스도인이 탄생되었다.  

    이사야서에 이런 말씀이 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 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대저 여호와는 정의의 하나님이심이라 그를 기다리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사30:18). 이 말씀에 의하면 기다림의 주체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을 주시기 위해 우리의 기다림을 요구하신다. 만족지연능력은 심리학에서만 적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성도의 신앙 생활에 반드시 적용해야 할 지혜로운 삶의 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