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하나님, 자상하신 하나님”

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2024-05-17     weeklyfocus

    3~4살 먹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동네 놀이터에서 함께 놀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미끄럼틀도 타고 시소도 타면서 함께 놀던 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가까워졌던 모양입니다.갑자기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볼에 뽀뽀를 했습니다. 여자아이가 맘에 쏙~ 들었던 거지요. 그런데 여자아이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남자아이에게“이게 무슨 짓이냐고?”눈을 똑바로 뜨고는 큰 소리로 막 뭐라고 그러는 겁니다. 그때 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야~ 우리가 한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이거 왜 이래 창피하게!” 3-4살 되었으니 뭐 한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마는, 요즘 애들은 애들이 아니라는 말을 하려고 지어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매년, 5월 첫 주일은 어린이 주일로 지킵니다. 우리 교회는 새벽 기도 순서에 맞춰 주일 설교 본문을 정하고 설교를 준비하지요. 요즘 우리는 레위기 말씀을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주일과 레위기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레위기와 어린이 주일,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간에 우리 교회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거든요. 그 가정을 위해 기도하다가 커다란 통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 설교는 그렇게 탄생이 되었습니다.

    레위기 주제는 거룩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이 우리에게도 거룩하라 하시며 거룩하게 되는 법을 가르쳐 주신 매우 귀한 책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거룩하시다는 사실은 그렇다쳐도 우리에게 하나님처럼 거룩하라 하시는 말씀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바랄 걸 바라셔야지,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처럼 거룩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니 레위기를 읽을 때는 정말 힘이 듭니다. 죽을 맛입니다. 말씀도 법이니 규례니 딱딱하기 이루 말로다 할 수가 없습니다. 레위기는 누구나 다 읽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레위기는 글로 읽으면 정말 힘든 책입니다.  그런데 레위기를 글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으로 읽으면 이 책은 얼마나 자상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 있는 따뜻한 책인지 감동이 밀려옵니다. 레위기에는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말씀하여 이르시되”

    오늘 본문 1절에도 나오는 이 표현은 레위기 매 장마다 한 번 이상은 꼭 등장을 합니다. 처음 한 번만 하셔도 하나님이 말씀하신 줄을 다 알텐데 왜 그렇게 자주 이 표현을 반복하여 기록하셨을까요? 하나님은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을 신생아처럼 이제 막 출산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성막과 제사법을 가르쳐 주고 계신 것입니다. 발달심리학적으로 처음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정상적 자폐 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그런 아기에게 엄마가 계속하여 말을 걸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극을 주면 아이는 엄마를 대상으로 세상과 소통을 하고 성장하여 간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이제 새롭게 태어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거룩하신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를 막 낳은 산모의 마음으로 자상하게 계속하여 말씀하고 이르셨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시지만, 또한 자상하신 하나님이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보았던 잘못된 제사법으로 제사하지 않도록 누누이 설명하고 가르쳐 주십니다.

    말을 못하는 아이는 엄마의 반복된 말을 듣고 어느 날 말을 깨우쳐“엄마~”하듯이 이스라엘 백성들도 어느 날 하나님과 소통하며 사랑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갈 수 있도록 인내하며 자상한 모습으로 반복하여 가르쳐 주신다는 책이 레위기입니다. 어린이 주일에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손들에게 이 자상하신 하나님을 인자한 언어로 계속 반복하여 잘 가르쳐 주고 있는 걸까요?  거룩하신 하나님, 자상하신 하나님을 기도와 말씀으로 한결같이 반복하면서 자녀세대에게 ‘거룩함’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있는 걸까요? 자상하신 하나님께 참된 예배자로 삶이 예배가 되어 살아가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