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삼수생
한국은 지금 축제 분위기이다. 강원도 평창이 삼수 끝에 2018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평창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한 최종 프리젠테이션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무난하게 넘기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들로부터 화끈한 지지를 받았다. 평창의 경쟁자였던 독일의 뮌헨은 25표에 그쳤고, 프랑스 안시는 7표밖에 얻질 못했다. 외신은 한국의 끈기에 연신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해외 동포들 또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확정되면서부터 만나는 사람들 마다 서로 자랑을 하느라 바쁘다. 평창의 도전은 한국의 도전이었고,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이 꼭 풀어야 할 과제였다. 그 숙제를 하기 위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김연아, 토비 도슨까지 감동의 드라마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겨울 올림픽 유치에 도전했던 평창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넘도록 삼세번 도전을 해왔다. 감자밭이었던 평창 일대에는 웅장한 스키점프대가 설치됐고 복합휴양시설인 알펜시아 리조트가 들어섰다. 이런 평창의 공식적인 도전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동계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2010년 동계 올림픽 유치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부터다. 하지만 평창은 그때부터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전라북도 무주도 똑같이 2010 동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 국제도시와 경쟁도 하기 전에 한국내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의 대표자격을 얻었지만,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캐나다 밴쿠버와 맞붙어 3표가 부족해 눈물을 흘렸고, 2007년 과테말라 총회에서도 러시아에게 역전패를 당해, 또 한번의 피눈물을 쏟아야 했다. 이후 삼세번의 도전을 천명한 평창, 두 번의 실패 때문에 그들의 세번째 발걸음에 국민들은 좀처럼 믿음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유치위원회는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처음부터 빈틈없는 준비를 했다. 이건희 IOC 위원은 지난 1여 년 동안 170일간의 해외 출장을 다녔고, 두 번 실패의 중심에 있었던 강원도지사 김진선 특임대사 또한 무려 지구 22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조양호 유치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며 발품을 팔았고,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연설 전문가에게 특별 레슨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진행된 엄청난 사전 홍보작업 위에 김연아와 토비 도슨이 더해졌다.
누구나 호감을 느끼고 때로는 경외하는 피겨여왕 김연아, 그는 프리젠테이션에서 동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꿈을 꾼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평창이 동계스포츠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피겨스케이팅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창의‘히든 카드’ 토비 도슨 또한 자신의 개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IOC 위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도슨은 인종 차별을 받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스키를 통해 극복하고 결국 미국 국가대표로 동계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던 자신의 인생 역정을 소개했다. 선수였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창이 새로운 올림픽 개최지로서 최적의 장소라면서 IOC 위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했다. 이 모든 의미를 담아 만든 클로징 동영상도 빠뜨릴 수 없는 감동의 요소였다. 겨울 스포츠의 저개발국 어린이들이 등장해‘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한 명씩 정의해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모래밭에서 아이스하키 퍽을 날리고 스케이트나 스키 대신 롤러를 타는 아이들을 통해 소외된 이들을 스포츠 제전으로 초대해 체험의 기회를 주는 평창의 드림 프로그램을 소개한 것이다. 전세계 겨울 스포츠의 잔치를 저개발 지역으로 확장해 가는 것, 그 시발점에 평창이 있다는 컨셉이 적중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지난 10여 년 동안 활동비, 홍보비 등 약 1천억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산업연구원이 작성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대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평창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는 29조원에 이른다. 고용유발 효과도 23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창이 삼수까지 도전하며 올림픽 개최에 목을 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구 4만여 명인 강원도 산골 도시가 무모하게만 보였던 도전에 성공하면서 세계 스포츠 무대에 우뚝 섰다. 이 감격스러운 날의 감동을 잊지 말고, 차근차근 잘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 그래서 29조원이라는 예상을 넘어 그것의 세 배, 네 배 이상의 경제효과를 볼 수 있길 바란다. 명절날 친지들 만나는 것이 제일 싫었던 재수 시절, 가족들이 모이면 고개 푹 숙이고 한숨만 쉬어야 했던 삼수생의 생활이 바로 평창의 지난 세월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그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성실하게 준비해온 탓에 드디어 화려한 봄 날이 찾아왔다. 오늘만큼은 한국 정부와 평창의 노력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잘했다, 대한민국 파이팅!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