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하십니까?
이하린 기자
얼마전에 이사를 했다. 한적한 교외로 집을 옮긴것까지는 좋았는데, 쓰레기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동떨어진 곳이라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큰 쓰레기 회사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에 연락을 했다. 쓰레기를 수거하기는 하는데 재활용은 안한다고 했다. 우리는 쓰레기보다 재활용품이 더 많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회사를 이용할 명분이 없어졌다. 인터넷을 뒤져서 몇군데를 찾아내 쓰레기 수거를 하는지, 재활용을 하는지 문의를 하면서 겨우 한 회사와 계약을 할 수가 있었다. 재활용품 수거비용까지 더하니 쓰레기 수거비가 상당한 금액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재활용을 안하자니 찜찜해 할 수 없이 계약을 했다.
미국에 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재활용이 참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 오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느껴진다. 파티를 해도 모든 것이 1회용품, 식당에 가도 1회용품, 1회용품이 넘쳐난다. 쓰다가 남는 것이 있어도 바로 쓰레기통 행이다. 재활용을 안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신문이고, 우유통이고, 유리병이고 할 것 없이 바로 폐기처분 된다. 이런 쓰레기들은 모두 넓디넓은 미국의 매립지로 직행한다.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한 재활용품들이 속절없이 매립장에 버려지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재활용을 참 잘한다. 쓰레기 봉투를 유료화하면서 재활용을 할 수록 쓰레기가 줄어들도록 해놓았고, 아파트마다 쓰레기 버리는 곳 옆에 재활용품 수거함이 자리잡고 있어서 재활용하기가 참 편리하다. 여기에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까지 있어서 생활쓰레기는 그만큼 더 줄어들고 있다. 좁은 땅에서 쓰레기 매립양을 줄이려는 한국정부의 노력은 이제 재활용 생활화와 함께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독일, 벨기에와 같은 유럽국가들도 재활용이 일상화되어, 쓰레기의 재활용률이 70% 이다.
미국은 땅이 넓고 모든 것이 풍족해서 그런지 아직까지 절실함이 없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10년, 20년 후면 미국도 정신을 차리고 재활용을 해야 할텐데 그 때가 되면 이미 늦을지도 모른다.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동안에 편하게 살겠다고 재활용을 등한시한다면 내 손자, 내 증손자들이 쓰레기더미에서 신음하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 `
나 한 사람의 재활용이 지구를 위해 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사람이 일평생동안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생각하면, 나 한사람이라도 재활용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절실한지 모른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는 분해되는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씹다버린 껌 하나가 완전히 없어지려면 5년, 비닐봉지는 450년, 알루미늄 깡통은 500년이나 걸려 분해된다고 한다.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고 살수는 없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적게 버리고 재활용을 생활화한다면 지구가 한결 더 숨쉬기 편한 공간이 될 것이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쓰레기의 양이 많아진다고 한다. 현재 추세로 가다가는 2050년경 지구는 완전히 쓰레기 천국이 되고 만다. 그 전에 지구를 구하기 위한 각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부터 시작하자. 우리 생명의 모태가 되는 지구가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숨쉬고 사는 하나 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재활용부터 시작하자. 신문 한장, 우유통 하나를 재활용하는 것을 생활화하자.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