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필요합니다

드림교회 허성영 담임목사

2022-09-16     weeklyfocus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소변을 보는 어른들, 찢긴 옷을 입고 맨발로 흙길을 걸어다니는 아이들, 교통신호는 있지만 차량과 사람과 오토바이가 혼재되어 교통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는 거리,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가방을 뒤지더니 자신에게 줄 선물이 없냐고 물어보는 세관원. 지난 8월 마지막주부터 지난주까지 방문하였던 나라, 아프리카 우간다의 2022년 현재 모습입니다. 2009년 결혼하자마자 방문하여 1년여를 지냈던 우간다는 참 상식이 없던 곳으로 기억하였는데,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평범하게 여겨질 만큼 자주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변함이 없는 것일까요? 사실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이지요. 10여년전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인터넷을 이제는 대다수의 어른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여 세계의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구글맵을 사용하여 전기도 들어가지 않는 비포장 도로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성향은 참으로 바뀌지가 않은것 처럼 보였습니다. 소지품의 도난을 막기 위하여 가방을 앞으로 다니는 것은 물론이요, 차량 백미러의 거울도 훔쳐가기에 차량의 부품마다(유리, 선바이저등) 차량번호를 기록하는 나라입니다. 어찌 이렇게 바뀌지 않는 것일까요? 전혀 소망이 없는 것인가? 선교. 밑바진 독에 물 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우간다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다‘Nebbi’라는 지역에 도달하였습니다. 그곳은 세계 언더우드상을 수상하셨던 우간다 최초의 선교사 김정윤 선교사님께서 사역하시던 곳입니다.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시던 선교사님은 1985년  아프리카 우간다로 넘어와 싱글로 약 35년정도를 사역하셨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병세로 인하여 한국으로 치료 차 출타하신 후 지난 2월에 돌아가셨습니다. 2009년 선교사님께서 사역하실 때 방문할 적이 있는데, 참으로 놀라웠던 것은 현지인 모두가 이분을 가족처럼 여기고 살던 모습입니다. 선교사님은 그곳에서 그는 ‘Sister Kim’으로 불려지곤 했는데, 선교사님 댁으로부터 약 100km 떨어진 곳에 경찰관도 Sister Kim하면 안다고 할 만큼 지방도시의 사람들 모두가 그 이름을 알고 있는 듯 했지요. 김 선교사님의 자택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당시 방문 시 놀랐던 것은 수많은 현지인들이 선교사님의 자택을 마치 자기집인냥 들락날락하는 것이었습니다. 출타 하실 때에도 문을 잠그지 않고 다니신다고 하셨지요. 그럼에도 그 어느 것 하나 도난 당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그 집을 지켜준다고 하셨습니다. 이번에 그곳에서 만난 수 많은 현지인들은 여전히 Sister Kim을 기억하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제 가슴에 남아 지금까지 제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Sister Kim loved us so much! She changed our lives!” 우간다에 입국하던 날부터 “아직도 여전하네”라는 말을 내뱉곤 했던 저에게는 충격이었지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 살던 저의 눈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었답니다. 그것은 바로 선교사님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헌신 때문이었습니다. 비단 김선교사님뿐 아니라, 다른 기독교 선교사들, NGO 구호 단체들, 자발적인 사람들의 사랑은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을 변화시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바라본 외적인 모습은 저로 하여금 좌절하게도 했지만, 우간다 사람들의 깊은 내면과 삶은 느릴지 모르지만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은 일을, 알면서도 속아주면서,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으며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갈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성인 평균 월급이 채 100달러도 되지 않는 나라들이 참으로 많기에 우리가 덜 먹고, 덜 쓰면서 그렇게 절약한 돈은 더욱 의미있는 곳에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이지요. 사랑하려는 마음이 없어서 문제입니다. 주변의 이웃을 돌보기보다는 내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것.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더해 사치의 삶을 산다해도 소외되고, 가슴 아픈 삶을 사는 사람들을 돌보지 않는 것은 어쩌면 가난한 영혼의 소유자가 아닐까요? 한 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가장 큰 병은 결핵이나 문둥병이 아니라 아무도 돌보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병이다. 육체의 병은 약으로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고독과 절망과 좌절의 유일한 치료제는 사랑이다. 세상에는 빵 한조각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작은 사랑이 없어서 죽어가는 영혼들이 더 많다” 이 시는 인도에서 인도 선교를 하다가 소천하신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사랑이 없어서”라는 시입니다. 작은 사랑이 없어서 우리 주변을 돌보지 못하는 인생이 아니라, 가족과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부터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고전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