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처 프로그램

2011-03-17     weeklyfocus

 더글러스 카운티가 올 가을부터 시범적으로 사립학교 바우처(voucher)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바우처 프로그램은 더글러스 카운티 학군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 가을 학기부터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를 다니기 원하는 학생 신청자 500명을 선정해, 학생 한명당 4,575달러의 학비를 보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콜로라도 주가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며 공립 학교 예산에까지 손을 대기로 한 마당에, 공립 학교가 싫다며 비싼 사립 학교에 자녀를 보내겠다는 일부 부모들의 투정에 더글러스 카운티 학군이 돈을 갖다바치며 이를 적극 권장하는 셈이다. 사립 학교는 선택 사항이다. 사립 학교는 공립 학교처럼 콜로라도 주 교육부로부터 교육 예산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비가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학생 수가 적다거나, 교육의 질이 높다거나,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자녀들을 사립 학교로 보낸다. 따라서 공립학교라는 옵션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사립 학교로 보내고 싶다면, 재정적인 문제는 온전히 학부모들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더글러스 카운티 학군은 왜 각계에서 이는 비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굳이 이 바우처 프로그램을 밀어부치는 것일까? 여기에는 더글러스 카운티 학군 위원회의 두가지 잘못된 생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학생 개개인이 공립 교육 예산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믿는 생각, 그리고 또 하나는 교육 예산을 학군의 잣대에 따라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믿는 생각이 그것이다.

 미국인들이 내는 세금에는 교육세가 포함되어 있다. 이 교육세는 지금까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심지어 불법체류자들의 자녀들도 평등하게 배울 수 있도록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공립 교육예산의 일부를 자신이 받아서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일부가 더글러스 카운티 학군 위원회 임원으로 선출되면서 이런 형평성의 룰이 깨지기 시작했다.

 더글러스 카운티 학군은 “우리 학군에 배정된 교육 예산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고 주장하며, 내 자녀는 특별하니까 좋은 사립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내 돈 다 내고 보내기는 아까우니까 교육세로 배정받은 돈을 달라는 일부 이기적인 학부모의 편을 들고 있다.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더글러스 카운티 학군의 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없는 돈을 만들어서라도 주겠다는 것이다. 그 돈을 받는 수혜자는 이미 재정적으로 넉넉해서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에 자녀들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렇다고 교육세를 환불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몰상식한 발상이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모두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 학교에 보내기 싫어서 집에서 가르치겠으니 돈을 달라고 하면 학군은 군말없이 돈을 내줄 것인가? 납세자는 세금을 내는 것이지, 수업료를 내는 것이 아니다. 학군 위원회는 공립 학교 예산으로 배정된 돈을 어떻게든 잘 사용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라고 있는 것이지, 엉뚱한 몇몇 소수에게 돈을 나누어 주라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더글러스 카운티 학군은 지금이라도 공교육의 처음 취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더글러스 학군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는 우리 자녀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 예산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그들에게 한 목소리로 정신차리라고 일침을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