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2018-04-05 이하린 기자
옐로우스톤의 수많은 간헐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Old Faithful Geyser)이다. 올드 페이스풀은 1870년에 붙여진 이름인데, 정확하게 예고된 시간에 분출하는 바람에 유명해졌다. 올드 페이스풀에 붙여진 분출 시간표에 의하면 매 45분에서 120분 간격으로 (늦어봤자 1-2분 정도) 1.5분에서 길게는 5분까지 물을 분출한다. 분출하는 물의 양은 3,700 갤런에서 8,400 갤런, 분출 높이는 올드 페이스풀의 기분에 따라 106피트(32미터)에서 185피트(56미터), 어떤 때는 70미터까지도 올라간다. 물기둥이 워낙 높이 올라가다 보니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이 밖에도 사람들이 던진 동전이 온천의 유황성분과 결합해 아쿠아 블루의 푸른 연못이 노랑, 파랑, 초록 등의 신비한 물색깔로 바뀐 모닝 글로리 풀은 옐로우스톤을 검색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정말 아름다운 연못이다. 또 자이언트 가이저는 분출시기가 매우 불규칙해 종잡을 수가 없어서 유명하다. 1955년부터 수년간은 한번도 분출하지 않았고, 1963년부터 1987년까지는 6차례 분출했다. 반면 1997년부터는 짧으면 4일에 한번씩 분출하기도 했으며, 2005년에는 11차례, 2006년에는 47차례, 2007년에는 무려 54차례나 분출했으며, 2008년에 13차례, 2009년에는 한번도 분출하지 않았으며 2010년에는 1월에만 두 차례 분출했다. 그후 다시 한동안 잠잠하다가 2017년 11월 3일에 간만에 분출했다. 왜 이렇게 제멋대로인지는 아무도 이유를 모른다.
옐로우스톤은 야생동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방대한 면적의 공원에는 버팔로, 늑대, 엘크, 무스, 곰 등이 미국 정부의 철저한 보호 아래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옐로우스톤의 또다른 관문인 북쪽의 몬테나로 이동하면 매머드 핫 스프링스(Mammoth Hot Springs)라는 작은 타운이 발달해 있는데, 그곳으로 가기 전에 꼭 한번 거쳐야 할 곳이 노리스 간헐천 분지(Norris Geyser Basin)이다. 사실 노리스 간헐천 분지는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 같은 곳보다는 한국인들에게 덜 알려져 있다. 북쪽으로 치우쳐져 있기도 하지만, 올드 페이스풀, 옐로우스톤 호수 근처만 슥 둘러보고 옐로우스톤을 다 봤다고 선언하기에는 노리스 간헐천 분지가 가지고 있는 신비가 너무 많다. 널찍하게 펼쳐진 분지는 흰색의 온천 침전물인 보드라운 규화(sinter)로 매우 밝은 빛을 띄고 있다. 이곳은 포슬린 분지(Porcelain Basin)이다. 노리스 간헐천은 두군데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포슬린 분지이고, 또하나는 숲으로 둘러싸인 Back Basin이다. 노리스 간헐천 분지는 옐로우스톤에서도 가장 뜨거운 온도를 가진 간헐천이다. 1년 사시사철 과하게 뜨거운 물이 펑펑 솟아 나오다 보니, 이곳, 특히 포슬린 분지의 경우, 나무도, 풀도 잘 자라지 못한다. 물은 풍부하지만, 너무 뜨겁고, 강산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리스 분지는 옐로우스톤 안에서도 상당히 고립되고 독자적인 모습을 간직한 간헐천 분지로 꼽히고 있다.
몬태나 주의 경계이자 와이오밍주 북쪽 끝에 위치한 매머드 핫 스프링스는 옐로우스톤에서 가장 유서깊고 규모가 큰 마을이다. 겨울에는 옐로우스톤이 하얀 설국이 되기 때문에 종종 남쪽과 서쪽 입구는 출입이 차단되지만, 북쪽에 있는 매머드 쪽은 늘 개방이 되어 있어 겨울에 옐로우스톤을 찾는 사람들은 매머드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매머드 핫 스프링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매머드 핫 스프링스 테라스다. 테라스(Terrace)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 베란다란 뜻이 아니다. 테라스는 마치 계단식 논처럼 층층히 내려앉은 지형 형태를 의미한다. 특히 옐로우스톤의 이 테라스는 '석회화단구'라고 불리는 독특한 지형으로, 인간이 감히 모방할 수 없는 자연의 걸작품이다. 1988년, 옐로우스톤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작은 불 몇 곳으로 시작되었는데, 몇년째 계속된 가뭄과 강풍으로 인해 삽시간에 대형 산불로 번져버렸다. 이 산불로 방대한 면적의 공원 36%가 전소되어 옐로우스톤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당시 산불에 소실되었던 곳에는 잿더미가 된 나무들을 양분삼아 나무들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고, 과거의 비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죽은 나무들과 살아남은 나무들, 어린 나무들이 한데 공존하는 숲... 태고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옐로우스톤은 앞으로도 우뚝 선 바위처럼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