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식당업계 허리휜다
식자재·환율·임금인상에 시름
2018-02-22 weeklyfocus
물가 상승도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상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1%대로 3%대를 보이는 GDP 상승률보다 낮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점점 더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지난 14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월 들어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에 비해 0.5% 상승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0.3%를 훌쩍 웃도는 상승률이다. 체감물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B 베이커리 대표는 “빵을 굽는데 필수인 계란과 버터가격을 보면, 저물가라는 말은 정말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농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들어 계란가격(라지 사이즈 기준)은 두 배 이상 급등했으며 2018년 들어서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식당에서 매일 공급받아야 하는 야채와 육류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예컨대, 급등한 가격 때문에 콜로라도에서는 꼬리곰탕이 한인식당 메뉴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오로라에 사는 김 모씨는 “전에는 한인식당에 가서 가족끼리 고기를 구워가며 외식하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이제는 같은 가격에 양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비롯한 육류 수출이 작년 한 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국내 공급 부족을 야기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업소는 환율에 따른 손해도 막심해지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원화강세로 한국에서 직수입하는 식재료들의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1년 전 약 1150원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100원 밑으로 내려온 상태이며, 지난 연말에는 1050원 선까지도 내려갔다. 이 때문에 달러로 결재해야 하는 한인 업소들은 앉은 자리에서 10% 가까운 손해를 보고 있다. 한국산 재료를 많이 직수입하는 C 식당 관계자는 “그나마 우리 가게는 렌트비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본다”면서 “다른 가게들은 아마 견디기 힘든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일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인 업소들은 선뜻 이러한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런치기준으로 당장 $10를 넘으면 비싸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D 식당 대표는 “막말로 마트에서는 판매가를 조금 높여도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당은 사정이 다르다. 외식을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A 식당 대표도 “가격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면서 “그렇지만 한인 식당들의 메뉴가 차별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함을 전했다. 가격 인상은 민감한 문제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품질이 더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음식맛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에, 가격을 인상하면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져 전체 매출이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업주들이 적정 수준에서 비용 상승을 반영하고 고객들도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이해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려면 가격 상승을 한 업체들이 보다 양질의 음식과 서비스로 보답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