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정오의 오후를 그린 모네의 <점심>
2014-12-18 이하린 기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집이 클로드 모네의 그림「점심」속에 있다. 화사한 햇살과 향기로운 꽃들로 가득한 정원에서 한가하게 점심을 즐길 수 있는 ‘여가’야말로 근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모네는 햇빛을 즐겨 그린 인상주의 화가다. 점심식사를 마친 모네는 정원에 앉아있다. 아직 식탁을 치우지 않아 와인 잔과 빵 조각, 과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화창한 날씨인데다 다들 바쁘지 않은 모양이다. 아름다운 문양의 커피포트가 잔과 함께 놓여 있다. 땅바닥 그늘진 곳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는 모네의 아들 쟝이다. 아이는 놀이에 집중하고 있어 자기를 보고 있는 화가인 아빠에게는 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주 평화로운 정오의 모습이다. 식사를 마친 부인 카미유와 나이든 여인이 정원을 거닐며 산책을 하고 있다. 엄마는 아이가 잘 노는지를 살피기 위해 아이 쪽을 가끔 쳐다보기도 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모자의 리본이 산들 바람에 가볍게 살랑거린다. 양산이 바구니 옆 나무 벤치 위에 놓여 있는 걸로 보아 햇볕이 이제 그리 강하지 않은 듯 하다. 아주 화창한 날이지만 별로 더울 것 같지는 않다. 모네는 특별한 일이 없는 평화로운 한때를 보여주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사람들은 그림 속에서 산책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잡담을 나눈다. 만약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면 아주 편안할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그림에는 유난히 흰색이 많은데 화가는 테이블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부여했다. 빛을 집중시키는 것이 바로 이 테이블보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테이블보만 봐도 눈부신 태양을 상상할 수 있다. 안쪽으로 작게 보이는 부인들의 옷도 같은 역할을 한다. 놀라운 사실은 그 흰색이 장밋빛, 푸른색, 연보라색 등 여러가지 색깔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온갖 반사광들이 그곳에서 뒤섞이지만 그것은 여전히 흰색으로 남아 있다. 모네는 그리려는 대상이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화가였다. 정원을 그리고 싶으면 직접 정원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인상 주의 이전에는 주제가 무엇이든 화가들은 대부분 작업실 안에서 그림을 그렸다. 반사광 등 주위에서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들만큼이나 빨리 그리고 싶었을 테지만 정작 그러지 못했다. 모네는 그보다 대상을 관찰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눈을 단련했다. 가장 어려운 작업은 모든 것이 한순간 캔버스 위에 나타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모네는 색깔을 한번 칠하는데도 오랜 시간을 들여 작업했다고 한다. 화가는 왜 불분명한 형태들을 보여주었을까? 사물을 바라볼 때 우리는 보통 이 그림에서처럼 대상의 전체적인 모습 밖에 보지 못한다. 가령 나무를 볼 때 나뭇잎 하나하나의 정확한 모습은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단지 전체적인 덩어리와 색깔들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모네는 바로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정확한 윤곽을 그리지 않음으로써 화가는 자신이 보는 것을 왜곡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