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얼마남지 않았다. 나름대로 한 해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업무수첩을 뒤적거렸다. 깨알같이 적혀 있는 업무내용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포커스가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다르다. 모두 똑같을 수가 없으니 다르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르다’ 라는 것이 꼭 ‘좋고, 낫다’ 라는 뜻은 아니다. 필자는 신문 컨텐츠의 ‘차별화’를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 때론 동종업계의 눈총을 받기도 하고, 잘난 척하는 신문으로 오해를 사기에 딱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 잘난 척이 문제다. 여기에 대해 반성을 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를 만큼 할 말이 많다. 현대는 자기 PR 시대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값어치를 높여야 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하지도 않고 말로만 ‘최고’라고 떠벌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낯이 뜨겁다. 필자도 “우리 신문이 제일 낫습니다, 부수가 제일 많습니다, 광고주가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신문 내용의 질이 다릅니다”라면서 독자들에게 잘난 척하고, 광고를 받기 위해 열심히 광고주를 설득해왔다. 신문사를 경영하면서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하는 이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신문사를 폄하하면서, 잘난 척을 했던 것이 갑자기 부끄럽게 생각된 것은, 여기저기서 모두 잘난 척 하는데 우리라도 겸손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포커스 신문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참 좋다. 필자보다도 더 애사심을 가지고 신문을 만들고, 업소록을 제작하고, ‘무엇보다도 이왕 하는 것, 잘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늘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항상 매체에 들어있기에 잘난 척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을, 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쓸데없이 잘난 척을 해 온 것 같다. 나름대로 기사를 쓰는 필자도 대학원에서 신문을 전공했고, 광고디자이너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편집인도 대도시에서 일간지를 오랫동안 만들어온, 신문의 전공자들이 모여서 만드는 신문이기 때문에 자랑이 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이제 이 잘난 척은 더 이상 신문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자신감이 자만으로 바뀌면서 자신의 현 상태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정도의 최고 인재들이 만나서 만든 신문이 이것밖에 되지 못한 것에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다. 최고이지만 직접 최고라고 하지 않고, 독자들이 인정하는 것만이 진짜 최고가 아니겠는가.

식당도 마찬가지다. 자기 식당이 최고라고 자랑할 때가 많다. 물론 진짜 최고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맛과 서비스를 가지고 무조건 자기 식당만 좋다고 하면 고객들이 식상하듯이 신문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잘난 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식당에서는 고객을, 신문은 광고주를 많이 수주하기 위해서다. 광고는 신문사 운영에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신문사 경영에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각자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광고주의 입장도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광고는 신문사를 먹여 살려도 주지만, 광고는 광고주들을 먹여 살려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난 4월, 5월, 6월은 신문사에서 가장 광고가 많은 달이었다. 장사가 너무 안되니 광고라도 해서 효과를 보겠다는 업주들의 생각 때문이었다. 이처럼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신문사와 광고주와의 관계다. 광고는 신문사를 위해서도, 업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일방적인 것은 오래 가지 않는다. 무조건 받을 수 없고, 무조건 잘난 척만 할 수 없고, 무조건 내 놓으라고만 한다면 외면당하기 쉽다. 올해까지다. 그래서 내년부터 필자는 우리 신문만이 최고라는 오만함에서 벗어나 광고주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광고는 꼭 필요하다. 우리 신문사가 아니라도 좋다. 다른 신문사에서라도 광고는 해야 한다”고 말이다.

또,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광고주 분들이 포커스 신문사를 찾아준 것에 감사하고, 내년에는 신문사의 수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들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최대한 머리를 짜내도록 해야겠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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