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고 싶습니다”

‘희망’ 이라는 단어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힘든 고통의 시간에 비해 ‘희망’은 아주 짧은 시간에 찾아 올 수 있는 마술과도 같은 것이다. 한 30대의 건장한 청년은 지난 3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 그가 아주 오랜만에 외출을 해 친구도 만나고 세상과 인사를 나눴다.

오로라에 거주하고 있는 김영호(가명, 35)씨는 지난 2007년 만성피부염의 일종인Chronic Hidradenitis Suppurativa라는 병명으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증세가 악화되면서 일도 그만 두고 지난 3년 동안 집에서 지내야만 했다. 이 병은 우리말로는 만성 피부염 즉 심한 여드름의 일종이다. 사춘기에 흔히 있는 여드름 증세로 겨드랑, 사타구니 사이, 엉덩이 부분이 곪는 것이다. 특히 김씨의 경우는 아픈 부위가 사타구니와 엉덩이 주변으로 비밀스러워 누구에게도 쉽게 얘기 할 수도 없었고, 증상이 심각해지면서 앉았다가 일어서고, 걷는 것 조차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증세가 악화될수록 친구와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집에서 칩거생활을 해온 김씨는 “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면서 절망 속에서 마음까지 병이 든 시간을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몇 군데의 병원을 다녔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너무 비싼 수술비 때문에 치료도 받지 못했지만, 무엇보다도 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병을 치료할 의지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던 김씨에게 희망의 빛이 비추인 것은 김씨의 할머니가CAHEP Medical Clinic에 근무하고 있는 박수지씨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오랜 세월 친분관계를 맺어온 두 사람은 곧 손자 김씨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주선했다. 하지만 김씨가 박수지씨와 클리닉 의사를 만나기까지에는 4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만나본 의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우선적일 것이라고. 그리고 나에게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삶을 포기했었다” 면서 의사를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부모와 할머니, 박수지씨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케이헵 메디컬 클리닉을 찾았다.

당시 그는 클리닉에서 만난 의사에 대해 “하나님을 만난 것 같았다”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케이헵 메디컬 클리닉에서는 김씨의 상태를 보고 응급상황이라고 진단해 전문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하려고 했지만, 2달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고는, 또 다른 성조셉 병원으로 진료 예약을 급하게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씨는 “대부분의 의사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케이헵 메디컬 센터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었다”면서 “이러한 방법을 알려주는 병원이 있었다면 지난 3년간의 세월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할 병원을 찾았지만 진료비가 문제였다. 현행법상 메디케이드는 가난한 자라고 해도 30대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헵 메티컬 클리닉에서는 이러한 진료비 문제까지 성조셉 병원과의 미팅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김씨는 4만 달러나 되는 수술비, 약값, 1년간 치료할 수 있는 비용을 모두 무료로 제공받게 됐다.

박수지씨는 “김씨는 luncky다. 김씨가 희망을 가지게 되어 나도 기쁘다” 면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안타까워서 도와주고 싶다. 우리 한인들이 방법을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분, 소득에 상관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클리닉을 두드리면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이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다. 나도 나름대로 이러 저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박 선생님과 케이헵 클리닉에 너무 감사하다. 절망 속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렇게 달라진 아들을 보면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김씨는 “주간 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자기가 받은 혜택을 알리고 싶어서다. 어둠 속에 갇혀있던 삶이 희망으로 바뀌는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8월28일 1차 수술을, 11월24일 2차 수술을 받은 김씨는 훨씬 건강해 졌다. 그는 치료가 완치되면 고객서비스 부문에서 일하면서, 병원에서도 자원봉사자로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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