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고혈압 치료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장모(45)씨는 40대 들면서 매년 정기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진단이 나왔지만 '고혈압약부터 먹느니 생활 습관부터 바꿔보겠다'는 생각에 몇 년간 병원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혈압이 180/120mmHg까지 치솟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가 "고혈압 때문에 이미 동맥경화가 시작됐다"는 말을 들었다. 장씨처럼, 고혈압이 심해도 막상 고혈압약을 처방받아 먹기를 망설이다가 병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고혈압약 복용 언제 시작하나

▷이럴 때는 생활습관 개선=혈압이 높다고 반드시 약부터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보다 다소 높은 고혈압 전단계〈표〉이면서 위험 인자인 흡연, 음주, 가족력 중 1~2가지에 해당하는 '중등도(中等度) 위험군'이거나, 고혈압 1단계이면서 다른 위험 인자나 동반 질환이 없는 사람은 6개월간 금연, 절주, 저염식을 하면서 주 5회씩 30분씩 유산소운동을 통해서 살을 뺀다. 비에비스나무병원 가정의학과 정우길 부장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30~40대 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생활습관만 바로잡아도 정상 혈압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하지만 생활습관을 바꾸겠다는 사람 중 5% 정도만 꾸준히 노력해 정상 혈압을 되찾고 나머지는 중도에 포기하는데, 그러면 혈압이 처음보다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고혈압약 즉시 먹어야=고혈압 1단계 이상이면서 당뇨병·동맥경화증·단백뇨 중 하나라도 있거나, 위험 인자를 세가지 이상 가졌으면 바로 의사 처방을 받아 고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 진료 지침은 모든 병·의원이 동일하기 때문에, 동네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치료를 시작해도 된다. 우선 1주일간 매일 병원에서 혈압을 재서 평균 혈압을 도출한다. 바쁜 사람은 집에서 측정해도 된다.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는 "가정용 혈압측정기를 사서 1주일간 아침·저녁 한 번씩 측정한 뒤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의원에 가져가면 그 기록과 당일 병원에서 잰 혈압 수치를 바탕으로 고혈압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24시간 활동성 혈압측정기를 병원에서 받아 하루 종일 착용한 뒤 다음 날 병원에 제출해 평균 혈압을 체크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약을 먹게 되나

고혈압약은 이뇨제, ARB(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계열, CCB(칼슘채널차단제)계열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몇 가지 계열을 섞은 복합제도 있다. 주치의가 혈압 수치와 심장병·당뇨병·뇌졸중 등의 동반질환 여부 등에 따라 특정한 약을 처방하고 2~3주 지켜보며 환자에게 맞는지 판단한다. 대체로, ARB계열은 55세 미만 환자와 당뇨병 환자에게 우선 처방하고, CCB계열은 주로 55세 이상 환자와 협심증 환자에게 쓴다. 다른 위험인자나 합병증이 없는 환자는 통상 이뇨제부터 쓴다. 고혈압약을 평생 먹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최성훈 교수는 "고혈압약은 내성이 생기지 않으므로 평생 먹어도 양을 늘릴 필요가 없고, 금단 증상도 없다"고 말했다.

◇약 부작용 있다고 병원 바꾸면 안돼

고혈압은 어떤 약이든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일단 약을 써보고 부작용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 ARB계열은 마른 기침, CCB계열은 다리 부종, 이뇨제는 무기력감 부작용이 있다.

고혈압 치료를 시작하고 3~4개월 동안은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매달 한 번씩 진찰받아야 하고, 그 이후에는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약 처방을 받으면서 주치의와 상담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최수연 교수는"부작용은 의사가 치료를 제대로 못해서가 아니라 해당 약이 환자에게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며 "따라서 부작용이 생겼다고 병원을 바꾸지 말고, 자신의 부작용을 이미 아는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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