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중독증 좀 고쳐 주세요.” 최근 30대 중반의 남편 P씨를 이끌고 병원을 찾은 아내의 호소다. 흔히 필자에게 중독증을 치료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성욕을 참을 수 없고 지나치게 성행위나 자위에 집착하는 성중독일 때다. 하지만 P씨 부부는 그 내용이 사뭇 달랐다.

 “남편은 발기가 잘 안 된다며 자꾸 잠자리를 피하더니 이상한 시술에 완전히 중독됐어요. 그런데 분명히 발기는 아주 잘 되거든요.” 똑소리 나는 젊은 아내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발기력 저하를 운운하던 남편. 어느 날 아침 “앞으론 확 바뀔 것”이라며 큰소리치고 나갔다 들어오더니 오히려 더욱 성생활을 피하기만 했다. 사태를 파악해 본 결과 P씨의 귀두는 정체불명의 시술로 여러 개의 사마귀를 만들어 놓은 듯 울퉁불퉁 볼품없이 변해 있었다. 그동안 유독 귀두 부분이 예전처럼 딱딱해지지 않는다며 이를 발기부전이라 여기고 고민하던 P씨가 귀두 부분을 부풀게 해 준다는 말에 이상한 시술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효과는커녕 귀두에 흉측한 상처만 남자 P씨는 더욱 아내와의 잠자리를 피한 채 인터넷을 뒤지며 다른 시술을 찾아 헤맸다고 한다.  하지만 P씨의 발기 기능을 검사해 봤더니 그의 아내 말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귀두가 딱딱해야 아내의 몸속으로 삽입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20대엔 안 그랬는데 지금은 말랑해져 버려 영 자신이 없습니다.”

 P씨처럼 나이가 들며 귀두 부분만 강직도가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간혹 있다. 하지만 이런 귀두 부분의 변화만으로 발기부전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남성이 발기되면 성기의 기둥에 해당되는 부위는 상당한 강직도를 보이며 딱딱해진다. 이 부위엔 발기해면체라는 만년필만 한 혈액 실린더가 두 개 들어 있고 여기에 혈류가 충만해지면서 강력히 발기된다. 반면 성기의 끝자락인 귀두는 이에 비해 다소 부드러운 팽창이 전부다. 발기해면체와 귀두 부분은 다른 덩어리로 분리되어 있고 애초에 혈액 유입 경로와 그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귀두는 가장 훌륭한 성감대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덧붙여 귀두는 그 아래 아주 단단하게 커진 발기해면체 실린더가 피스톤 운동이나 다른 물리적 충격에 손상되지 않도록 스펀지 역할을 해 발기해면체를 보호한다. 쉽게 말하자면 귀두 부분은 단단한 곳을 뚫는 ‘화살촉’이 아니라 마치 손가락 끝을 보호하는 ‘골무’ 역할을 하는 곳과 같으니 엄청난 강직도는 필요 없다.

 물론 한창 혈기왕성한 20대에는 워낙 혈류 순환이 좋아 귀두도 제법 빵빵해진다. 하지만 이는 전성기에 해당되는 얘기다. 실제 성생활에서는 발기해면체의 강직도만 잘 유지되면 삽입 행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간혹 귀두 부분이 전혀 팽창되지 않거나, 귀두 아래에 있는 발기해면체가 삐쭉 드러날 정도로 귀두가 제 위치를 벗어나 옆으로 허물어진다면 교정 대상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귀두의 감각이 몹시 무뎌져 제1의 성감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적신호라 하겠다.

 20대에 비해 말랑해진 귀두를 두고 성기능을 우려하며 잠자리까지 피한 것은 지나친 기우다. 더구나 P씨처럼 인터넷에 떠다니는 잘못된 성지식과 학술적 근거가 없는 정체불명의 시술 광고에 현혹되어 제1의 성감대인 그 중요한 곳을 망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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