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차기 시장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마이클 핸콕(Michael Hancock)과 크리스 로머( Chris Romer) 후보의 시장 선거 최종 승자가 확정됐다. 우편 투표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는 덴버의 총 288,000명의 등록 유권자들 가운데 약 1/3인 110,441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 중 핸콕이 58%(49,957표)의 지지를 받아 42%(38,290표)의 지지를 얻은 크리스 로머를 크게 이겼다. 이로서 핸콕은 웰링턴 웹에 뒤를 이어 덴버시 역사상 두번째 흑인 시장에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둘다 민주당 소속인 이들 후보들은 콜로라도 주지사가 되어 시장직을 떠난 잔 히큰루퍼 주지사의 뒤를 잇기 위해 4백만달러 이상을 모금해가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2차례 시의원을 역임한 핸콕은 전 상원의원 출신이자 로이 로머 전 주지사의 아들이라는 후광을 등에 입은 로머를 캠페인 후반부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핸콕은 덴버의 빈민가에서 알콜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6살때 부모가 이혼한 후 9남 1녀가 엄마와 함께 살며 가난과 싸우며 자란 배경을 솔직히 고백해 흑인과 히스패닉, 저소득층 등 소외된 계층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 졸업해 덴버 시의원에 당선, 덴버 시장에 도전하는 패기있는 핸콕의 이야기는 소외계층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었다. 또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덴버 시장에 당선되었던 웰링턴 웹 전 시장의 지지를 받은 것도 핸콕에게는 든든한 날개가 되었다.

 반면 인기 많았던 로이 로머 주지사의 아들이자 주 상원의원을 역임했다는 화려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로머는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성인이 되어서도 투자 은행가로 성공한 배경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의 애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성장 배경의 큰 차이 때문에 로머는 처음부터 주민들에게 왜 자신이 핸콕보다 더 덴버시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후보임을 설득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로머는 핸콕이 2차례나 덴버 시의원을 지내면서 정부 시스템 사정을 깊숙이 알고 있어 오히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등의 비방 광고를 수차례 내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로머의 캠페인 방식에 대해 핸콕은 같은 종류의 비방 광고를 내보내는 맞불 작전 대신 자신이 왜 덴버 시장에 더 적합한 인물인가를 설명하는데 더 치중하는 광고를 내보내, 오히려 비방 광고를 내보낸 로머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는 결과를 불러왔다.

 로머는 이번 선거에서 개인적으로 대출받은 673,300달러를 포함해 무려 260만달러를 쏟아부으며, 덴버 시장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쓴 후보로 기록됐다. 핸콕은 150만달러를 모금해 선거 자금으로 사용했다.

 지난 11일, 덴버의 경제개발 무역 전문가인 에릭 히라가의 집에서 열린 핸콕 후원 파티에서 핸콕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준비가 됐다. 덴버 시민들도 나처럼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핸콕은 시장에 당선될 경우 어떤 덴버를 만들고 싶느냐는 질문에, “소외되는 주민도, 소외되는 동네도, 소외되는 계층도 없는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고, 서로가 서로를 끌어올려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덴버를 만들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로머는 7일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점에서 결과에 승복했으며, 핸콕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핸콕은 당선이 확정된 화요일 밤, 당선자 연설을 통해, “16개월 전에 내가 처음 덴버 시장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아무도 내가 오늘밤 이 자리에 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어느때보다 강한 모습이 되어 이 자리에 섰다. 나는 덴버를 어깨에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이제 훌륭한 도시를 만들어나갈 때가 왔다.”면서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하린 기자>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