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큰루퍼 주지사가 3억7천5백만 달러를 콜로라도 공립학교 예산에서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산 부족을 메꾸기 위해 고심하던 콜로라도가 드디어 공립학교의 금고에도 손을 댄 셈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교사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연봉 삭감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되었으며, 학생들에게 지출하는 금액도 최소한 한 명당 500달러 가량이 줄어들게 됐다.

  사실 공립학교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주지사가 실질적인 금액을 발표하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선에서 뛰고 있는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의 충격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세금을 올릴 때마다 투덜대던 납세자들도 군소리 안하고 교육세를 내는 공교육 예산에도 손을 댔을까 딱한 마음도 들지만, 정말 그것이 최선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많은 한인 부모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자녀 교육이다. 입시 지상주의의 한국 교육으로부터 벗어나 자녀들이 자유로운 교육 환경 속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미국으로 이민 오는 한인 부모들의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국의 교육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많은 교사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고, 그나마 남은 교사들은 가뜩이나 박봉의 연봉을 더 삭감 당한 채 더 많은 학생들로 채워진 콩나물 교실에서 예산 삭감으로 더 부족해진 교육자료들로 수업을 해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교사들의 근무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은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시대에 뒤떨어진 모양새로 졸업을 하게 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는 높으신 분들이 은퇴할 무렵이 되면 미국은 더 이상 강대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국가 경쟁 무대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콜로라도는 교육 분야에 관해서는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 그럼 어디에서 돈을 아끼느냐고 반문한다면,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새는 돈이 보인다. 덴버시만 해도 그렇다. 직원들에게 강제로 무급 휴가를 줘가며 몇 푼을 아끼는 고위 공직자들은 멀쩡한 의자를 개당 300달러짜리 고급 의자로 바꾸고 관공서 차량을 마치 자신의 차라도 된 듯 사사로이 출퇴근에 사용한다.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고 컨트렉터들을 선정하는 것은 흔한 관행이다. 이런 식으로 새는 돈이 한 해에 엄청나다. 덴버 국제공항의 고위 공무원인 킴 데이는 시예산을 이용해 표면적으로는 출장을 간다고 했지만, 공금을 유용해 자신의 사적인 여행을 즐겼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덴버시 측은 재빨리 덴버 국제공항이 작년에 얼마나 돈을 아껴 썼는지에 대한 기사를 덴버 포스트지에 대문짝만하게 냈다. 정말 눈 가리고 아웅할 만한 ‘언플질’이다.

하지만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양심이 있는 줄 알았다. 지금까지 다른 분야에서 삭감을 해도, 되도록이면 공교육 예산에는 최대한 손을 대지 않았었다. 공교육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아야 한다. 하는 일없이 사리사욕만 채우다 주 예산을 이 지경으로 만든 ‘먹튀’ 고위 공무원부터 잘라내야 한다. 그런 공무원 한 사람 정리해고 하면 질 좋은 교사 5명이 교육 전선에서 활약할 수 있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불경기 속에서 공교육 예산에까지 칼질을 할 수 밖에 없을 만큼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미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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