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룡/팔체질 전문 한의원 원장

몇일전 50대 후반의 미국인 여자환자가 내원하였다. 이 환자는 심한 편두통 증상이 있었는데 치료중 환자가 이런 질문을 필자에게 했다. “나는 항상 유기농 식품과 건강에  좋다는  음식만 먹고 운동도 매일 하며 거의 평생을 몸에 나쁘다는 고기는 먹지 않고,  좋다는 채식만 하는데 왜 이런 병이 생기는 것일까요?” 하고 말이다. 실제로 그 환자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 음식을 가려 먹는 편이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별다른 스트레스도 없어 보였다. 그럼 이 환자의 말처럼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데 왜 병이 생기는 것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음식이다. 이 환자가 말하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 자신의 체질에도 좋은 것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실지로 이 환자는 팔체질 중 목양체질 이어서 간 기능이 강한 체질이다. 간기능이 강하면 자연적으로 간에서 생기는 담즙이 많이 생성되는데 이 담즙은 지방을  소화하는 기능이 있다. 즉, 간기능이 강한 목양체질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여 강한 간 기능을 억제해 주어야 하는데 반대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강한 간 기능은 더욱 강해져 인체 장기의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에 결국은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양체질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보겠다. 몇해전 78세된 미국 할머니 한분이  내원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10년은 젊어 보여서 어디가 아프시냐고 묻자 아픈 곳은 없는데 전화를 사용할때 한 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하시며 이런 증상도 침으로 가능하냐고 물어 보셨다. 가는 귀가 먹은 것은 자연적 노화 현상이라는 생각에 우선 진맥부터 해보고 나서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할머니는 집에서 풀타임으로 데이케어를 하고 있었고 혼자 돌보는 아이가 7명이나  되었다. 아침8시부터 오후5시까지 주 5일 수십년을 그렇게 일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할머니가 너무 정정하고 맥은 노인의 맥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힘이 넘쳤다. 그 할머니의 아들이 필자의 환자였기 때문에 할머니의 맥을 보고 쉽게 체질을 진단할 수 있었는데 아들과 같은 체질인 금양 체질이었다. 할머니는 평생을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했는데 할머니의 체질인 금양체질은 장기기능의 강약이 목양체질과 정반대의 체질로 선천적으로 폐기능이 강하고 간기능이 약하다. 이런 금양체질은 선천적으로 약한 간기능을 강하게 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유익한데 채식위주의 섭생이 바로 그 방법이다. 푸른 잎채소는 간기능을 보해주는 포도당이 많이 함유 되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음식섭생이 우연히 본인의 체질에 맞아 건강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의 두 예에서 보았듯 건강을 지키는 가장 큰 방법은 각자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실지로 임상에서 몸이 안좋은 사람은 대부분 자기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이다.
 옛말에 藥食同源(약식동원) 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음식이 우리몸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많은 한약재는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음식들도 많다. 도라지는  폐를 보하는 중요한 약제로, 파뿌리, 녹두, 귤껍질, 생강, 은행 등 한의학의 약재는  이름만 바꾸어 말할뿐 평범한 음식들이 매우 많다.
체질에 맞게 먹는다는 것은 우선 무엇보다도 남들과 나는  다르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누가 무엇을 먹고 몸이 좋아 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그 음식이나 건강보조 식품이 나에게도 좋을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구에게나 좋다고 생각하는 인삼도 위기능이 약한 수음인에게는 보약이지만 위기능이 강한 토양인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남에게 좋은 음식이 나에게 나쁘게 작용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체질식의 출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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