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애 (덴버 아카데미 원장)

 

일반적으로 만화는 왠지 교육적으로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아이가 만화를 그리면 상당히 못마땅해하는 부모가 많다.
“우리 아이는 만화만 그려서 걱정이에요. 멋있는 구상이나 정물화를 솜씨 있게 그렸으면 좋겠는데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하루 종일 포켓 몬스터만 그려요.”이런 아이를 둔 부모는 고민을 하게 된다. 만화만 그려도 괜찮은 것인지,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이런 고민을 하는 엄마들의 속마음은 좀더 멋진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만화를 그리는 아이를 그냥 두어도 되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만화를 그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단지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너무 지나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정도로 인식을 해야 하지 만화만 그린다고 큰 일 났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화를 그리는 것 외에는 어떤 그림도 그리려 하지 않는 것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다소 많이 그리는 정도라면 그다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다시 말하자면 만화를 그리는 일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그림을 그릴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이 그나마 만화를 통해서 그림을 그릴 기회를 갖는다면 만화는 그 아이에게 매우 유익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부모들 중에 아이가 만화를 그리는 것을 발견하면 심하게 꾸짖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행동은 마치 만화 그리는 것은 안 좋은 일인 것처럼 인식 시켜준다. 그러면 아이는 더운 호기심과 반항심이 생겨 부모 몰래 만화를 그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만화란 재미를 주는 오락적 기능과 학습 효과를 높여주는 교육적 기능, 정서적 욕구를 대리 충족 시킬 수 있는 저서적 기능이 있어 소프트 한 교육 매체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매체라, 매체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만화를 그리는 아이들에 대한 지도는 무조건 그리는 일 자체를 금할 것이 아니라 실상은 어떤 소재를 다루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아야 한다. 아이의 그림이 지나치게 폭력적인 것은 아닌지, 나이에 비해 너무 어둡거나 퇴폐적이지는 아니한가 등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미술사에서  만화의 위치

순수 미술세계에서 오랫동안 천대 받아 금해졌던 만화나 그래픽 형식의 상업적 그림이 신표현주의 (Neo-Expressionism)에 의해서 새로운 장을 맞게 되었다. 특히 1960년대 이후로 뉴욕 지하철을 중심으로 형성된 스프레이 페인팅은 환경 경관을 헤칠 뿐만 아니라 예술 파괴라 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로 악명 높은데, 낙서인가 예술인가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류의 예술 활동은 Jack Pollack, Jean Dubuffet, Frank Stella 등과 같은 세계 미술계에 영향력이 큰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2차 대전 이후로 나타나면서 대중들에게 친밀해지기 시작했다. 1950년 후반에 영국 Pop Artist들에 의해서 일기 시작한 이런 조류가 1960년대에 이르러 확고하게 위치를 굳힌 미국 작가들에 의해서 Pop Art라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미국 산업과 상업 세계로 급속히 번져 일상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벽에 걸어 놓고 눈으로 보던 그림에서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며 다각적인 화법과 주제 그리고 자유로운 표현으로 combined painting, mixed media의 세계를 열어 놓아, 만화 영화 산업, 광고 산업, fashion 등에 크게 공헌했다.

하지만 주류 화단의 벽이 두꺼워 뉴욕 부르클린과 브롱스를 중심으로 언더 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젊은 street artist들이 1980년에 들어와서야 미술계와 Art School에서 mainstream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들의 첫 번째 ‘예술과 낙서의 만남’의 대중 전시회는 1980년에 행해진 “Times Square Show” 였는데, 상상외로 크게 성공했다.

그 전시회에 힘입어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 East Village를 중심으로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화, 낙서 전용 갤러리가 문을 열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3년에는 그 동안 푸대접 받던 만화 낙서 그림이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가짐으로 당당히 High-Art Imprimatur에 들어섰다. 그 이후로 지금은 만화나 낙서화가 개인 소장품은 물론 박물관과 명성 있는 화랑에서 앞다투어 전시회를 주관하며, permanent collection으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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