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장로교회 이동훈 목사

얼마 전 인터넷 신문에 가슴이 따뜻해 지는 기사 하나를 읽었다. 복권에 당첨된 125억원의 거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캐나다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사는 70대의 노부부의 이야기였다. 거액의 당첨금을 확인한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두 부부는 거실에 앉아 기부할 자선단체 리스트를 작성했다. 부인 바이올렛이 암 치료를 받고 있는 동네 병원, 동네 소방서, 교회들, 묘지, 적십자, 구세군 그리고 각종 환자들을 돕는 자선 단체들(암, 당뇨병, 알츠하이머)에 기부수표를 발행하여 4개월 만에 당첨금을 다 써버렸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노부부는 “우리 자신을 위해 새로 산 것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더 필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익숙치 않다. 우리는 그저 평범하고, 나이 먹은, 시골 사람들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행복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다.”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신들이 백만장자는 아니지만 그 동안 열심히 일해서 이제 자신들의 남은 생애동안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을 만큼의 모은 돈이 있기에, 그리고 더 필요한 것이  없기에 자신들보다 더 돈을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 기꺼이 기부한 것이다. 이런 두 노부부의 소유관념은 필요한 것 이상을 소유하고도 모자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하고 움켜 쥐고자 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황금만능, 물질만능 주의에 물든 이들을 진정 부끄럽게 한다.

이 노부부는 평생을 일터에서 땀 흘리며 일하며 살았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용접공으로 30년을 일했고, 할머니는 화장품가게에서 일했다고 한다. 바이올렛 할머니는 자신들에 손에 들어 온 복권 당첨금에 대하여 “이것은 원래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기부한 것에 대해 아쉬움도 전혀 없다.”고 125억 거액의 돈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남은 생을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에너지는 어디서 쉽게 주어지는 것으로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열심히 일하고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데 노력함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라고 말했다. 이 두부부의 이런 건강한 노동관은 놀고먹는 개 팔자처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요행을 바라고 일확천금을 바라는 요행주의에 물든, 그래서 부동산투기나 도박을 통해 한 몫 잡은 이들이 거들먹거리며 목에 힘주고 여기저기 의미 없이 돈 뿌리며 살아가는 이 세상의 수많은 졸부들을 얼마나 부끄럽게 만드는가?

또 하나 이 두 노부부가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행복은 돈으로 살수 없다.”는 그들의 행복관이다. 평범한 말 같지만 “그래도 돈이 있어야지!”라고 내심 반문하는 것이 속된 행복관에 젖어 사는 우들의 모습 아닌가? 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물질관은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돈을 소유하게 될 때 그 돈 때문에 일상의 행복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이 노부부는 당첨금을 손에 쥐자마자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돈을 요구했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이익을 취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 두 분에게는 갑자기 생긴 125억이라는 거금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기 보다는 이제까지 지켜온 일상의 행복을 빼앗아가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기꺼이 이웃을 향해 움켜쥐고 있는 손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돈보다 일상의 생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행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은 우리 주님께서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아니하니라.”라고 일갈하신 말씀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접하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 125억이라는 거액이 손에 들어왔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했을까? 우선 당장에 매꿔야 할 돈부터 매꾸고, 자동차도 새로 사고, 집도 큰 것으로 사서 이사하고, 아이들 앞으로 공부하고 결혼생활 할 만큼 떼어주고, 우리 두 부부 남은 생애를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도록 노후를 위해 예금도 해 놓고......이런 저런 소박한 상상을 하니 잠시 행복해 졌다. 그런데 그 순간 하나님께서 “그래 이 목사야, 그렇게 할 것 다 하고도 남으면 그 남은 것은 어떻게 할래!”라고 물으신다. 갑자기 잠시 행복했던 상상이 무너진다. 그러면서 언짢은 생각이 마음에 스며든다. “애이, 하나님 125억으로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내 행복을 다 챙길려면요? 일생에 한 번 주어진 기회인데, 한 번 내 마음대로 나를 위해 쓸 수 있도록 내버려 주실 수는 없어요? 어떻게 쓸지는 그 때가서 생각할 테니까 줘 보기나 하세요.” 잠시 머리를 흔들고 정신을 차리자 “아, 내가 너무 발칙한 대꾸를 하나님께 했구나. 하나님, 이 속물 목사를 용서하소서!” 이렇게 회개 기도하고 정신을 차렸다. 이 소설 같은 기사 속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더 건강한 소유관, 노동관, 물질관, 행복관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돈은 필요한 것이지 행복의 절대 가치 기준이 아니다!”는 명제를 돌에 새기듯 마음에 다시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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