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에게 미안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김신종(76)씨와 유경희(71)씨 부부에게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정말 딱 들어맞는다. 두 사람 모두 일흔을 넘겼지만 젊음이 무색할 정도이다. 수 십 년을 해로해온 잉꼬 부부답게 아직도 금슬이 최고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부부는 세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1975년에 덴버로 이민 온 후 김씨는 쿠어스 맥주 회사에서 수 십년을 성실하게 근무하고 12년 전에 은퇴했다. 미국에 올 때 함께 온 1남 2녀 중 장남인 홍진씨는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미 국방부 대령으로, 장녀인 숙진(미국명 수잔 퀸)씨는 작년에 전국 최고의 학군들 중 하나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공립학교의 재무담당 부교육감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또, 막내인 정은(미국명 앤 리디)씨는 현재 콜로라도에서 비스타 물류회사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처음 미국에 올 때부터 자녀 교육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부모님의 그러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세 자녀는 스스로 공부하며 미국 학생들과 경쟁했다. 영어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이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도와주지 못해 그것이 가장 안타까왔다는 김씨 부부.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들과 상담도 제대로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생활을 꾸려나가느라 바빴지만, 아이들은 과외 선생님도 마다하고 새벽 2-3시까지 알아서 공부를 할 만큼 착실했다.  특히 장남 홍진씨는 게이트웨이 고등학교 졸업반일 때 혼자서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며 스스로 진로를 결정했다. 해군 사관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후 상원의원 등 고위 정치인의 추천을 받아가며 해군 사관학교에 당당히 입학해 등록금이 필요 없게 되자, 홍진씨는 대학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신문 배달 등으로 틈틈이 모아놓은 2,000달러를 어머니께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홍진씨는 4년 전 한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3년간 해군 무관으로 근무하다 작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해군 무관은 군 외교관과 같은 직책으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삼일장 훈장까지 받았다. 임기를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대사관저에 초대를 받아 당시 한국을 방문 중이던 김씨 부부와 함께 파티에 참석한 홍진씨는 모든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부모님의 은혜를 언급하고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고 한다. “아들의 감사 인사가 너무나 감동적이고 고마워 목이 메어왔다”는 김씨 부부는 당시의 감동과 자랑스러움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 부부는 은퇴한 후에도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사는 비결에 대해 4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신앙이다. 매일 기도하는 생활, 하나님께서 보호해주시고 내 길을 인도해주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실천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같은 신앙을 가진 진솔한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두 번째는 걷고 등산하는 것이다. 김씨 부부에게는 절친한 친구 부부들이 있다. 모두 70세를 넘은 부부들로 매주 화요일마다 등산을 간다고 한다. 매주 돌아가며 한 가정이 팀 리더가 되어 음식에서부터 차량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준비를 해서 에스테스 파크며 네덜란드, 볼더, 에버그린 등 경치 좋은 산을 찾아 등산과 하이킹을 하며 건강도 다지고, 친목도 도모한다고 한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 웃고 즐기다 보니 더 젊어지는 것 같기도 하단다.  세 번째는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이다. 건강을 생각해서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보다는 맛있게 먹고 운동하는 것이 더 보약이 된다고 믿는다. 네 번째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믿음 안에서 친구도 삼고 형제도 삼고 그렇게 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마음도 더 넓어지고 사랑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참 잘 웃는다. 게다가 웃는 모습이 서로 닮기까지 했다. 오랜 세월을 해로하며 자녀들을 키워내고, 그렇게 서로 닮아가며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는 모습은 참 부럽고 아름다웠다. 그런 부모 밑에서 훌륭한 자녀가 나온 것은 아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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