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눔, 큰 기쁨”

덴버에서 비즈니스를 경영하고 있는 김복중(67)씨는 기부가 생활화되어 있는 덴버의 숨은 또 한 명의 기부 전도사이다. 인터뷰를 극구 만류하는 김씨를 어렵사리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20대에 미국으로 건너온 김씨는 뉴욕에 정착해 여느 초기 이민자와 마찬가지로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안 해 본 일이 없을 만큼 힘들게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이민 초기 아이들이 교회에 나가 자발적으로 3달러씩, 5달러씩 기부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고 반가왔다는 김씨. 이때부터 그의 인생에도‘기부’라는 단어가 한자리를 차지했다. 덴버로 옮겨오기 전까지 뉴욕의 한 교회를 통해 꾸준히 장학금 등을 전달해온 김씨의 기부는 덴버에 와서도 멈추지 않았다.  덴버의 한 한인봉사단체에 매년 장학금 명목으로 5천달러를 쾌척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그만인데, 이것 저것 따지는 사람이 많아서 간혹 마음이 상할 때도 많았다고 한다. 오래전 뉴욕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어느 교회에 장학금을 주려고 했을때 그 교회에서 세례를 받아야 한다, 교회 학생들에게만 줄 수 있다는 등의 조건들이 붙었다고 한다. 이런 제도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남을 돕고자 하는 선량한 마음이 항상 좋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김씨는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없나 호시탐탐 주위를 살펴봤다.

TV를 보다가도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꼭 연락해서 도움을 주곤 했다. 한번은 한국 방송을 시청하다가 러시아의 한 노파가 무료급식소까지 걸어갈 힘이 없어 가지 못하고, 집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을 망치로 두들겨 깨어 먹는 장면을 보게 됐다. 김씨는 그 노파가 부서진 작은 빵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의 방송국에까지 전화를 걸어 그 노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고, 결국은 ‘한민족 서로 돕기’라는 단체를 통해 성금을 전달했다. 이 뿐만 아니라 안구 이식 수술을 도와주는 아이 뱅크에도 그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현재 콜로라도 노인회가 추진하고 있는 승합차 구매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씨를 비롯해 여러 뜻있는 한인들이 크고 작은 정성을 보탰지만, 승합차를 구매하려면 아직까지 돈이 많이 부족해 신경이 쓰인다. “오래 타려면 중고차보다는 이왕이면 새 차를 사는 것이 좋지 않겠냐”면서 동포사회의 동참을 건의했다. 김씨는 “노인회와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노인회 차량구입은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성격이 강직해서 눈치를  보지 않고 바른 소리를 잘해 가끔 사람들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한다는 김씨는, “한인들은 이야기를 잘 하다가도 기부 이야기만 나오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굳게 다물어 버린다. 심지어 특정 기부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조차도 감사하는 마음에서라도 그 단체에 기부를 해야 할 텐데 모른체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인들의 기부 문화에 대해 쓴 소리를 한마디 던졌다.  사실 김씨가 노인회에 기부한 금액은 상당하지만 정확한 금액에 대한 기사화를 원하지 않았다. 김씨는 한국에서 자신의 신장도 하나 기증하려고 했었다. 그는 자신이 정말 건강하니 괜찮다며 기증을 고집했지만, 한국의 장기 기증 규정상 60세가 넘은 기증자의 신장은 받지 않는다고 해서 신장 기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에게 있어서 기부는 이미 그의 생활의 일부이다. 지금도 꾸준히 뉴욕으로 장학금을 보내고 있고, 노인회 승합차 문제를 마치 자신의 일인양 함께 고민하는 마음이 따뜻한 김씨. 김씨는 자신이 죽을 때 아무것도 자신의 이름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꾸준히 실천해온 ‘나눔’은 누군가의 마음 속에 따뜻한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이하린 기자>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