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M마트 사장 이주봉씨

하바나 거리, 한인 커뮤니티 중심에 위치해 있는 M마트 이주봉 사장은 마치 오뚝이 같다. 대형 마트가 들어오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쓰러질 것 같다가도 금새 다시 일어서면서 한인 사회의 칠전팔기 ‘오뚝이 인생’ 그 자체를 대변해 오고 있다. 그리고 M마트에는 항상 앞치마를 입은 이주봉 사장이 단단히 버티고 있다.  이 사장은 덴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28년 동안 이 곳에서 그로서리 마켓을 경영해온 이력도 그렇고, 간 경화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가 이식 수술을 받고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한 기적 같은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또 그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온정의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 기억되어 있다.

이 사장은 24살이던 1980년, 해병대를 제대한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바로 미국땅을 밟았다. 처음에는 LA에 둥지를 틀었지만, 미 공군에 입대해 라우리 공군기지에서 훈련을 받았던 둘째 형의 “덴버가 너무 좋다”는 적극 추천으로 1981년에 덴버로 이사를 왔다. 그 당시만 해도 덴버 지역에는 4개의 한인 그로서리 마켓이 있었지만, LA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서비스도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이씨의 4형제들은 콜팩스 거리에 ‘새로나’라는 마켓을 오픈하면서, 친절과 가격을 내세우며 조금씩 입지를 굳혀갔다. 처음에 가족 비즈니스로 콜팩스 거리에서 시작했다가, 나중에 미도파로 이름을 바꾸고 독립해 미시시피와 피오리아에서, 다시 아일리프와 하바나로, 다시 하바나에 있는 현 M-마트 자리로 옮겨가면서 M마트를 경영해왔다.

시한부 인생 선고 딛고 일어나
그러던 중 6여 년 전에 한아름 마트가 들어오면서 이씨는 큰 위기를 맞았다. 한아름 마트는 거대한 자본력을 내세우며 덴버 시장을 삽시간에 장악했고, 사람들은 곧 M마트는 몇 달 못 가서 문을 닫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한아름의 싼 가격 공세로 M마트는 존폐의 위기에까지 놓였다. 자금 압박은 물론이고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B형 간염으로 인해 간경화와 신장 질환으로 수시로 투석과 복수에 찬 물을 빼내던 이 사장의 건강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고, 결국 병원으로부터 5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은 이씨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 순간 어린 아들을 떠올렸다. 태어나서부터 계속해서 아빠의 아픈 모습만 보아 온 어린 아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아들이 아빠를 알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며 하느님께 기도했다. 남은 삶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기간 동안 아들에게 아빠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자 그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길어야 5개월을 살겠다고 선고를 받았는데, 간과 신장을 이식 받기까지 무려 19개월을 버텼다.

M마트 역시 숱한 위기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켰다. 이 사장과 M마트는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성공적인 이식 수술을 마친 후 이 사장의 삶은 더욱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그의 기도에는 “고맙습니다”가 항상 들어간다. 덤으로 받은 인생,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하루하루가 새롭고 감사했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자신이 받은 사랑과 은총에 보답하는 방법으로 나눔을 선택했다. 사실 M마트가 어려울 때도 이씨가 투병 중일 때도 그러한 나눔은 중단되지 않았다. 그는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덴버의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라는 소모임을 결성해 노숙자 돕기, 어려운 이웃 돕기 등을 통해 나눔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는 결손 가정 아동 돕기를 계획해 사각 지대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 사장은 “손님들이 입소문을 듣고 좋은 일에 써달라고 20달러씩, 100달러씩 내놓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며 얼마 전에는 여성 손님 3명이 500달러를 모아서 결손 가정 아동 돕기에 써달라고 기탁했다. 이 사장은 불경기 속에서 각종 어려움과 압박을 겪고 있는 한인들에게 “가족을 꼭 생각해라”고 당부하며“나를 지탱해주는 삶의 원동력은 가족이며, 가족과 함께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로라도 대표 오뚝이 인생을 살아온 이주봉씨.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항상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는 그의 오뚝이 정신이야 말로 우리가 진실로 배워야 할 삶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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