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세계적 사재기 광풍 불구

    지구촌을 마비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재기’ 열풍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쌓여 가는 공포와 불안감에 따른 부작용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 홍콩 등 사재기로 물든 지역도 확대일로다. 이웃 나라인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다. 27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유통 시스템에 문제가 없으니 사재기를 줄여 달라”는 정부 방침을 인용하면서 현지 주민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생필품 싹쓸이는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나고야에 사는 주부 이쿠코(가명·46)씨는 “생필품 사재기가 워낙 극심한 데, 화장지의 경우엔 마트는 물론 약국에서도 재고가 떨어져 구경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재기와 얽힌 사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40시간 교대근무 이후, 슈퍼마켓에 갔지만 사재기로 야채나 과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영국 국민공공보건서비스 소속 간호사가 최근 SNS에 눈물로 호소한 동영상은 전 세계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다르다. 생필품 사재기는 다른 나라 사정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우선 확실하게 자리 잡은 배송시스템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에선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물론 안정적인 온라인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모바일 쇼핑 또한 든든한 우군이다. 지난달 중순 ‘신천지 코로나19 확진자’를 계기로 생필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배송 기일이 다소 늦어졌을 뿐 공급에 무리는 없었다.

    앞서 경험했던 학습효과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재기 방지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 2004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의 위기를 겪었던 당시에도 생필품 수급은 비교적 안정적이 었다. 감염에 대한 공포가 물건을 사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까지 전이되진 않았단 얘기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매일 브리핑을 열어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졌는지 설명한다”며 “이것이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 주거지내 위치한 유통점에 대한 높은 신뢰도도 사재기 예방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주거지 가까이에 다양한 유통채널이 포진해 있어 한 군데 없으면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며 “이는 생산시설이나 유통과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공급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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