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대확산되어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의 피해지역으로부터 공급되는 부품이 충분하지 못해 공장을 멈추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여러 나라의 많은 공장들이 증가하는 그 지역의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문을 닫고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위치한 현대와 기아차의 공장이 이번주부터 문을 닫았으며 다른 브랜드 역시 공장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프랑스의 르노 자동차, 독일의 폭스바겐사, 벤츠, BMW, 영국의 롤스로이스 역시 공장을 멈췄으며 이탈리아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마세라티, 페라리 등 모든 유럽의 자동차 공장들이 생산 중단 상태 입니다. 북미 대륙도 심각합니다. 포드 자동차의 공장들이 이미 가동을 중단 했고 제너럴모터스(GM) 공장 역시 이달 말 가동을 멈추게 됩니다. 문제는 제조업체뿐이 아닙니다. 이미 미국내 자동차 딜러들의 판매가 격감하였으며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 금지 조치들은 자동차의 사용을 제한하여 연관된 모든 산업이 불황입니다. 그야말로 수십년내 처음 겪어보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은 점도 있습니다. 공장들이 멈춰 서고 다니는 차량이 없으니 수요가 줄어드는 바람에 휘발유 값은 요즘처럼 낮은 시기가 없었습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는 개스비가 갤런당 99센트였습니다. 미국내에서 갤런당 1불 미만으로 내려간 개스 가격은 거의 20년만인가 싶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들의 유지 또는 증산 결정은 확실히 개스 가격을 폭락시켜 버렸습니다. 요즘은 출퇴근 길에 교통 체증도 없습니다. 한창 막힐 시간이라도 술술 잘 뚫리고 신호 대기 시간도 짧습니다. 그러나 시원하게 달리는 차를 운전하면서도 답답한 현실을 생각하면 우울하고 슬퍼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을 전시로 간주하여 국방물자 생산법을 발동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멈춰선 공장을 의료물품 생산에 활용하려는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앞서 이미 이탈리아의 페라리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인공호흡기 생산에 동참하기로 했고 독일의 BMW와 폭스바겐 역시 마스크와 인공 호흡기 생산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애플사의 제품을 만드는 폭스콘이 공장 일부를 마스크 생산 공장으로 변경했던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포드자동차는 자동차 공장의 시설과 기술력을 활용하여 인공호흡기와 의료진을 위한 안면 보호장비 등을 만들어 부족한 의료 물자를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료장비와 자동차는 다르기 때문에 아직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 지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판단하는 것은 이릅니다. 그러나 포드는 이미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는 3M과 GE Healthcare 같은 회사들과 협력하여 빠른 시간 내에 다량의 의료기기를 만들어 공급할 생각입니다. 한편으로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같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의 협력도 추진 중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에서도 자사의 공장을 인공호흡기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백악관에 밝힌바 있다고 하니 자동차 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세상을 구하겠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랄뿐입니다. 사실 어느 나라에서든 전시에 자동차 회사들은 전쟁에 사용되는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활용 되었습니다. 그것도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는 죽이는쪽에 더 가까운 것들을 생산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20세기 후반 도로위의 거의 모든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했습니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에는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함유 되어 있습니다. 이런 오염 물질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흡기 관련 질병을 일으켰으며 그로 인해 단축된 수명이나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구분해 본다면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자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사람의 호흡기 관련 질환의 주범인 자동차들을 견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법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 들의 발전과 판매를 강제하였습니다. 또한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유해한 배기가스를 현저히 감소시켰습니다만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그 이후에 자동차들에게는 또다른 혐의가 추가 되었습니다. 운행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나 에어컨에 사용되었던 냉매들이 온실가스 역할을 하게 되어 자동차는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판명된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래저래 자동차는 악역이었습니다. 호흡기질환의 원흉이고 온난화의 주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들. 그것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연 포드 자동차가 이제 앞장서서 사람들을 구하려 합니다. 사람들이 숨쉬기 어렵게 세상을 변화시키더니 지금은 숨쉬게 해주는 인공 호흡기를 만들려 합니다. 어쩌면 진작부터 해야만 했어야 하는 일을 이제야 시작 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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