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언니, 코로나 때문에 여기는 지금 난리다.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어. 언니가 마스크 좀 구해서 한국으로 부쳐주면 안될까?”“그래? 그렇게 할께. 여기는 아직 코로나 확진자도 없으니까 아마 마스크 구하기가 쉬울거야. 내일 두어박스 사서 부쳐줄게.”나는 가볍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다음날 마스크를 사기 위해 타겟을 들렀다. 약국 근처를 샅샅이 뒤졌는데 마스크가 보이질 않았다. 근처에서 스탁 작업을 하던 직원을 불러 마스크가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직원은 마스크가 있던, 지금은 휑해진 매대 선반을 가리키며, “마스크 재고가 떨어진지 한참 되었다”며 어깨를 으쓱한다. 언제 다시 들어올지 기약도 없다고 했다.

    나는 다른 타겟에라도 갈테니 재고가 있는 곳을 찾아봐 달라고 했다. 직원은 가지고 있던 컴퓨터로 마스크 재고 현황을 보여주었다. 콜로라도 내 어느 타겟 매장에도 마스크 재고를 가지고 있는 매장은 없었다.  모두 ‘매진’이라는 빨간 글자들만 번쩍이고 있었다.나는 크게 당황했다. 종종걸음으로 월마트로 향했다.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킹 수퍼스나 세이프웨이 같은 그로서리 매장에도 마스크는 전멸이었다. 차라리 저런 대형 리테일 매장보다는 작은 가게를 공략해야 겠다 싶어서 월그린, CVS, 라잇에이드 같은 매장들에 전화를 걸었다. “마스크 있어요?” “마스크 재고 없게 된지가 2주가 넘었어요. 앞으로 재고가 다시 들어올 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구요.” 모두 똑같은 대답이었다.세상에 없는 것이 없다는 아마존에 접속했다. 마스크가 있긴 있었다. 그러나 보통이면 이틀안에 무료배송되는 아마존 프라임에 해당하는 마스크 제품은 없었다. 가격도 어이가 없었다. 싸구려 마스크 100개들이 한박스를 30달러에 팔고 있었는데, 카트에 넣으니 배송비가 90달러가 추가됐다. 평소에 20달러도 하지 않는 마스크 한박스를 120달러에 파는 셈이었다. 그나마도 배달 예정일은 4월 초순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지 죽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초조해졌다. 이제 동생이고 나발이고 나부터 마스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카이저 병원으로 달려갔다. 보통 카이저 병원 로비에는 마스크, 손 세정제, 그리고 티슈 박스가 구비되어 있으니 거기서 두어개 정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오판이었다. 카이저 병원에서도 늘 그자리에 있던 마스크 박스는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듣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가, 덴버에서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벌써 시작되어 있었다. 마스크 대란은 덴버에서 이미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촉발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CNN 등 외신 발표에 따르면, 2월 24일 현재까지 전세계 확진자 7만9356명에 중국 이외 국가의 사망자는 27명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내 사망자는 중국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2600명 가량이지만, 고의적으로 누락된 사망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콜로라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하루에도 수만명이 드나드는 덴버 공항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지만 잠복기에 있어서 아직 모르는 사람 한명이 들어오는 순간 덴버는 더이상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덴버 역시 지금 대한민국의 대구나 중국의 우한처럼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덴버에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언제가 될지 모르니 늘 조심해야 한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개인 위생에 만반을 기해야 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철저히 손을 씻고,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콘서트장이나 모임을 피해야 할 것이다. 일단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콜로라도에서 나타나게 되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 중인 중국이나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피하고, 한국의 지인이나 일가친척이 방문하는 것도 지양시켜야 한다. 서로가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나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바이러스 보균자로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기 전에 한번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대로 싸우는 전사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빠른 소멸을 기원하며, 모두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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