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독일 내부의 혼란으로 유럽 전체의 리더십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위기감이 일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후계자로 선택한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대표는 튀링겐 주에서 발생한 극우정당의 주 총리 선출과정 개입을 봉쇄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차기 총리에 도전하지 않겠기로 했다. 다른 뚜렷한 후계자도 고개를 들지 않는 상황이라서 독일 기득권 정치는 당분간 혼란을 되풀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독일 정치가 불안해지고 안으로 위축되는 사태가 유럽의 혼란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메르켈 총리는 14년 동안 독일을 통치하면서 비전 없이 위험을 회피하는 데만 골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수세적 태도는 전쟁을 저질렀다 패배한 국가로서 유럽 내에서 자숙해온 독일의 전통을 고려할 때 이해되는 면이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대결을 벌이며 기후변화의 악영향이 구체화하는 위기속에서 유럽 제1의 경제대국인 독일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NYT는 메르켈 총리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독일이 향후 수개월 동안 국내 문제에만 매달릴 것이라며 그런 마비 증세 탓에 EU 회원국들과 미국이 실망할 것이라고 상황을 예측했다. 독일 기득권 정치는 서방의 안보전략 수립, 신흥기술에 대한 투자, 친환경 경제 구축,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강화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기후변화,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 러시아의 간섭과 같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EU가 뒤처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품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의 수세적 태도와 독일 정치의 불안을 둘러싸고 실망을 쏟아내고 있다. 지구촌 격변을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메르켈 총리는 규정에 토대를 둔 다자주의를 옹호해 유럽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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