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악수 거절 … 펠로시는 연설문 찢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 의회에서 열린 새해 국정 연설 현장에서 자신의 탄핵을 추진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의 악수를 거부했다. 그러자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님 미국을 축복하소서"라고 연설을 마무리할 때 일어나 트럼프의 연설문을 찢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상원의 탄핵 심판 찬반 투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날 국정 연설은 갈기갈기 찢긴 미국 정치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연설을 하러 들어올 때부터 펠로시 의장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자신의 연설문을 펠로시에게 줄 때도 툭 던지듯 줬고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청할 땐 무시하듯 등을 돌렸다.

       그러자 펠로시 의장은 머쓱한 듯 손을 뺐다. 원래 미 하원의장은 대통령을 소개할 때 "미국 대통령을 여러분께 소개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하는 것이 관례지만, 펠로시는 이날 "의원 여러분, 미국 대통령입니다"라고 간단하게 소개하고 끝냈다.  1시간 18분간 계속된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의 귀환이라는 약속을 지켰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탄핵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불과 3년 만에 미국의 쇠퇴라는 사고방식을 깨뜨리고 미국의 운명이 축소되는 것을 거부했다"며 낮은 실업률과 미·중 무역 합의, 이민 정책 등을 자랑했다. 이날 연설은 마치 재선 도전용 선거 유세 같았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연설 내내 고개를 숙이고 연설문을 뒤적이고 아래만 봤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경제 성과를 자랑하자 야유를 보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무리할 때쯤 갑자기 일어난 뒤 연설문을 네 차례에 걸쳐 찢어버렸다. 이 장면은 그대로 방송에 생중계됐다. 이를 중계하던 CNN 앵커도 "펠로시 의장이 갑자기 연설문을 찢었다"고 당황한 듯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 펠로시'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트위터에서 펠로시 의장을 '미친(crazy) 펠로시' '신경질적 낸시'라고 부르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아 왔다. 지난해 10월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로 촉발된 터키의 시리아 침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가 백악관에서 회동했을 땐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3류 정치인"이라고 불러 펠로시 의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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