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라파엘 본당 신부 새로 부임

     덴버 성로렌스 한인 천주교회에 새로운 본당 신부가 부임했다. 지난 15일 마산 교구청 소속 김정훈 라파엘 신부가 성로렌스 한인 천주교회의 본당 신부로 부임하면서 성당 내의 분위기도 활기를 띠고 있다. 김정훈 라파엘 신부는 콜로라도에 도착한 지난 15일 저녁부터 곧바로 미사를 집전하면서 신도들과 첫 대면식을 가졌다. 김 신부는 1968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해, 강원도에서 유아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 때부터 통영에서 성장하면서 줄곧 경남지역과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1998년 1월 20일에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지난 22년 동안 마산, 창원, 거제 등 경남지역에서 본당 신부, 마산교구청 국장 신부, 가톨릭 교육관장 등을 두루 지냈다. 덴버로 오기 직전에는 거제 옥포 성당에서 3년간 본당 신부로 사목했으며, 거제 통영고등학교, 대구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은 부산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했다.  
 
     해외 사목은 처음인 김 신부는 “사제로서 원하는 곳은 없다.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기를 원할 뿐이다. 그곳에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다 보면 삶의 행복도 커지게 된다”고 했다. 김 신부는“성당에 오면 편안하고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일상은 어렵고 지친 삶의 연속이다. 본인의 동생도 해외에서 20년 넘게 가족들과 이민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고충을 조금은 알고 있다.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양심을 저당 잡혀야 할 때도 있다. 성당은 대단한 그 무엇을 하는 곳이라기보다, 지친 일상 속에 위로와 평안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힘과 용기를 얻고 이민생활에 든든한 뒷배와 같은 곳이 되길 바란다”면서 성당의 역할을 안내했다.
 
     지난 19일 본 미사를 통해 김 신부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대해 강론했다. 그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등장하는 돌멩이를 설명하기 위해 실제 돌멩이를 들어 보이며 “이 돌멩이 하나라도 주울 힘만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며 이민생활에 지친 신자들에게 작은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김 신부는 고등학생 때까지 신부라는 길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경북대 국어교육학과에 진학해서, 교사생활을 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2남 1녀를 두고 알콩달콩 평범한 가장으로 사는 것이 그의 꿈이었기에 사제의 길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였다. 일반 신도와 같이 평범한 종교인을 자처했던 그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고등학교 3학년 한창 입시를 준비하던 어느 날 밤이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김 신부는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실체가 불분명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알 수 없는  소리가 점차 구체적으로 들려왔다. “너는 사제가 되어라” 무의식 중에도 사제의 길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울림의 소리를 듣고 제일 당황했던 것은 정작 본인이었다. 영어도, 히브리어도 아닌 한국말로 점차 또렷이 들리는 그 소리는 방안 전체에 울려 퍼져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으로 채워졌다. 처음에는 환청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가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의식을 깨치는 그 무엇으로 다가와 점점 명확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을 체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그의 진로는 평범한 가장에서 신부로 바뀌게 되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제의 길은 입시 때부터 험난했다. 가톨릭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추천서를 받고, 학과·교리·면접 등 생소한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자체도 힘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신학교를 갔고, 일반 병사로 군대를 제대했다. 김 신부는 “새벽 보초를 서고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신부가 되어가는 과정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제는 도덕, 인격 부분에 있어서 완결된 존재가 아니라 완결을 추구하는 존재”라면서“그렇게 느닷없이 사제의 길을 선택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단지 하느님께 더 열심히 다가가지 못해 매번 반성할 뿐이다”라며 웃으며 고백했다. 그는“신앙의 영역은 어느 누구도 단정지을 수 없다. 신앙의 깊이 또한 어느 잣대로도 잴 수 없다. 개별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라면서 “하지만 신앙인이 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신앙을 가지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인터뷰 동안 “하루하루 충실하면, 매일매일 행복해질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쳐 주었다. 웅장한 록키산이 콜로라도를 든든하게 감싸고 있는 것처럼, 김 신부와 함께 성로렌스 천주교회도 한인사회를 든든하게 감싸주는 영적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시간이었다. 한편, 마산 교구청 소속인 성로렌스 한인 천주교회는 1981년에 덴버 대교구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으며, 김 신부는 10대 본당 신부로서 앞으로 4년간 이 곳에서 사목을 하게 된다. 성로렌스 천주교회의 주소는 4310 S. Pitkin St. Aurora, CO 80015이며, 사무실 전화는 303-617-7400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