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예부터 사람들은 쥐를 풍요와 희망, 기회의 상징으로 여겨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고들 했다. 특히 올해에는 쥐 가운데서도‘백쥐’에 해당돼 좋은 일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설치류인 쥐는 앞니가 계속 자라 무엇인가 딱딱한 것을 물어뜯어 앞니가 자라는 것을 제어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 이를 갈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인 셈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사람들 가운데 이를 갈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잠을 자는 중에 이를 갈거나 악물고 자는 경우 이때 생기는 자극과 통증으로 수면이 방해받는 것을 통틀어 이 갈음(bruxium)이라고 한다. 이 갈음이 있으면 그 소음으로 주변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고 또 이 갈음으로 인해 치아가 빨리 닳게 되고 치통, 턱 주위 통증과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갈음 중에는 아래위 치아들이 수평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마찰을 일으키는데 치아는 구조상 수직방향의 힘에는 강하지만 수평방향의 힘에는 매우 약해 심한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
 
     이 갈음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한 아동의 14~17%가 증상을 나타낼 정도로 흔하며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어 청소년은 12%, 성인이 되면 8% 정도로 줄고 노인은 3% 정도가 증상을 나타낸다. 이 갈음은 주로 수면을 취하는 도중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낮 동안에도 자기 자신도 모르게 이갈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이갈이 환자들은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해주기 전까지는 자신의 습관을 잘 모르므로 실제 이갈이 환자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갈이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때는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만나는 치아의 접촉관계가 나쁜 경우 이를 꽉 물거나 이갈이가 발생한다고 여겨진 적이 있었지만 여러 치아 배열 상태의 이상만으로 모든 이갈이를 설명할 수 없어 치아 접촉관계와 이갈이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하다. 여기서 또 하나의 가설이 심리적 원인으로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이갈이와 관련이 있고, 이를 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명백한 원인이 없는 수면 관련 이갈이는 일차성으로 명명하고, 정신활성약물, 다양한 내과 질환 등과 연관이 있는 이갈이는 이차성으로 구분된다. 일차성의 경우는 건강한 소아와 성인에서 대개 나타나지만 이차성인 경우는 뇌성마비, 지적장애, 비정상 운동 환자 등의 소아에서 관찰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 심리학적 평가를 해 보면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와 불안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면 중 일회성의 지속적인 악물기 즉 긴장성 수축과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유상성 근육 수축(율동성 저작 근육)이 수면 중에 강하게 일어나면 자주 이가는 소리를 낸다. 이럴 경우 접촉되는 치아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닳게 되며 순간적으로 센힘이 가해져 치아 파절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치아의 감각이 예민해져 찬물에 시린 증상이나 음식을 씹을 때 통증을 느끼게 된다. 또 음식물을 씹는 데 관여하는 근육과 턱관절은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은 잘 견디지만 이갈이처럼 수평으로 가해지는 힘은 잘 견디지 못해 이갈이가 반복적으로 진행되면 턱을 움직이는 근육들이 비정상적인 힘을 많이 받게 되어 얼굴 주위 근육에 묵직하고 뻣뻣한 느낌이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턱관절에 가해지는 과도한 힘으로 인해 관절에 손상이 나타나면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기도 하고 통증 및 기능 이상을 일으켜 정상적인 턱 운동을 방해 할 수 있다.
 
      이갈이의 명확한 원인을 모르는 현재로서는 원인요소를 전부 제거하여 이갈이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까지 이갈이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턱 주위의 근육긴장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입안에 장착하는 방법과 센서와 같은 장치를 몸에 달게 하여 이갈이를 하면 센서가 작동하여 이갈이의 중단과 경각을 주는 행동 조절 요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다행히 이를 통하여 이갈이로 인한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안전장치는 틀니 비슷한 모양으로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제작되며 본인이 쉽게 끼고 뺄 수 있다.  이것은 이갈이 시에 나타나는 과도한 근육 긴장을 줄일 수 있도록 특별 디자인된 것이다. 안전장치를 착용하면 턱관절과 턱 주위 근육에 가해지는 과도한 힘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이갈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예방 할 수 있다. 또 안전장치는 윗니 전부 혹은 아랫니 전부를 덮어주므로 덮인 치아는 보호되고 반대 측 치아는 치아보다 훨씬 약한 강도를 가진 안전장치와 맞닿아 있으므로 치아가 마모되는 대신 장치가 마모되어 치아가 닳는 것을 방지하게 된다. 이갈이는 완전히 없앨 수 없지만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요인이 이갈이에 영향을 미치므로 새해에는 이 악물고 살기보다는 매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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