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치에 국정 초점 두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 전 의장을 이낙연 총리의 뒤를 이어 내각을 통할할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 후반기 국정운영의 초점을 ‘경제’와 ‘협치’에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인사를 총리로 발탁하는 파격적 결정이다. 정치적 중량감 등을 감안할 때 일부에서는 정 후보자가 내치(內治) 영역에서 상당한 권한을 갖는 ‘책임 총리’, 더 나아가 사실상 ‘분권형 총리’로 자리를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애초 여권 내에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처리 방향이 잡힌 뒤에 지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전격적으로 인선을 단행했다. 이 총리가 총선에서 지역구로 나설 경우 내년 1월 16일까지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만큼 청문회 일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공직 분위기를 전면 쇄신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등이 ‘한 박자 빠른 인사’의 배경이 됐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후보자가 인사검증 요청에 동의한 지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발표가 이뤄질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과거의 이력을 포함, 대미·대중·대러 외교활동 등 국제무대에서 이미 능력이 검증됐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도 “충분히 검증이 됐고판단이 섰기 때문에 발표를 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데 이어 국무위원들을 이끄는 자리에 무게감 있는 여당 정치인을 배치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엿보인다.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내각 용인술이 지나치게 여당 정치인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굳이 야권은 아니더라도 학계나 전문가 그룹 등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향후 정 후보자에게 내치 영역에서 상당부분 권한을 보장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총리가 보여준 것처럼 정 후보자 역시 문 대통령과 활발한 소통을 하며 국정에 대한 의견을 기탄없이 주고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총리에 임명되기 전까지 거쳐야 할 관문도 아직 남아있다. 특히 입법부의 수장 출신 인사가 사실상 행정부의 ‘2인자’가 된다는 점이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이에 대한 부담을 느낀 듯 이날 발표에서 “저는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며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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