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6시간을 앞두고 조건부로 연기하겠다고 하면서, 일본이 사과했으며 한일 양국이 서로 한발씩 양보했다는 논평을 공식적으로 냈다. 이에 일본정부는 수출 규제 해제를 논의하는 국장급 대화는 재개하겠지만 한국에 사과한 적 없으며,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자국 언론을 통해 밝혔다. 지난 주말 내내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진실공방이 한참이었다. 그러나 지소미아가 연장한 된 것은 팩트이다. 지소미아는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으로, 영문 앞글자를 따서  '지소미아'라고 부른다. 그동안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 협정이 아니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이자 미국의 인도양·태평양 전략적 기본틀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일본이 지난 7월, 한국에 수출규제를 시작하면서 한국은 이에 대한 정당방위 차원에서 지소미아 협정 종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소미아를 맺기 전에는 한국과 일본은 군사정보를 교환할 때에 미국을 거쳐서 주고 받았다. 그것을 직접적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 지소미아다. 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11월 23일 한일 양국이 처음 맺은 군사 분야 협정으로 북한군, 북한 사회 동향,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 등의 공유가 목표다. 주로 북한의 미사일에 관한 정보이다. 일본이 아무리 정찰 능력이 뛰어난 군사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영화처럼 실시간으로 건물을 투시하고, 땅속을 투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정된 지역을 위성이 지나가는 중에 해상도가 높은 카메라로 찍을 수는 있지만, 위성이 지나가는 시간을 피하면 무슨 짓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특히 일본은 북한과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레이더를 이용해서 북한의 미사일이 언제 어디서 발사되었는지 정확히 알아내기가 힘들다. 미사일이 발사되어 어느 정도 상승단계에 들어간 이후에야 레이더를 통해 미사일이 어디까지 날아가서 떨어졌다 정도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북한 미사일 탐지에 두번이나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마자 그 내역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은 우리 쪽으로 쏘지도 않았는데 어디에 떨어졌건 그걸 실시간으로 알 필요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미국을 통해서 낙하 지점을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받는 정보는 우리에게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실제로 일본이 그동안 한국에 줬다는 정보를 보면 구글지도에 점 하나 찍어놓고 북한 미사일이 여기 떨어졌다는 식의 아주 성의없고 쓸데없는 정보들이었다. 그래서 한국은 지소미아가 종료되어도 그다지 피해 보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에 위험한 것은 일본이다. 이처럼 한국에 기대지 않으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수출 규제나 하면서 경거망동을 일삼아 한국정부가 지소미아를 더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시키면서 수출 규제를 했던 배경은 한국이 중국과 북한에 수출할 수도 있는 품목들에 딴지를 걸어, 한국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한국정부는 우리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일본에게 더이상 군사 정보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한 것이다. 나름 명분있는 결정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지소미아 폐기 카드가 엉뚱하게 한미 갈등으로 번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모든 원인과 책임은 일본에 있다”며 큰소리치던 한국정부가 종료 시한을 6시간여 앞두고 입장을 바꾼 것도 이런 한미 갈등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압박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미국은 ‘한미가 조율했다’는 청와대 해명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또, 한국 군의 독도 방어 훈련을 “도움 안 된다”고 문제 삼았으며, 미 군 수뇌부가 총출동해 ‘지소미아 유지’를 압박한 데 이어 미 상원은 초당적 결의안을 통해 반대의사를 천명했다. 방위비 인상 압박도 한층 거세졌으며, 미 고위 당국자들은 금기나 다름없던 주한 미군 철수, 감축론까지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소미아 종료직전 이뤄진 한일 간 합의는, 물론 미국의 긴밀한 압박이 한몫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외교적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결정이었다.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측이 모두 퇴로를 찾은 결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이러한 결정을 발표하고 난 후, 두 종류의 난간에 봉착했다. 첫번째는 국내 비판세력이다. 국내에선 정부가 애초부터 한일 정보협정 종료 카드를 꺼내 든 것이 무리수였으며, 일본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없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두번째는 일본의 반복되는 막말이다. 일본 언론에선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고위 공직자들의 말을 빌어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게임이었다, 한국은 미국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한국을 또다시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의 결정을 비난할 필요가 없다. 일본이 그동안 완강하게 지소미아와 수출규제를 분리하며 대화를 거부해온 데서 선회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다. 한미일 균열로 득을 보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다. 우리 스스로가 저들을 도와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비난의 힘을 모아 지금은 일본을 대적해야 할 때다. 한국정부도 이런 혹평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한일 간 대화 창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중단 등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이다. 문제는 일본의 계속되는 막말이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이 났지만, 해결된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지소미아 갈등’의 원인을 일본 정부가 제공했다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다. 지소미아 종료 연기는 조건부이며, 다시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의 협상에서 모든 건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

      우리는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서 자극할 경우, ‘한번 해볼 테면 해봐라’ 라는 의미로 `Try me 혹은 Test me`라는 표현을 쓴다. 오늘 필자는 이 말을 일본에게 말하고 싶다.     “Try me” 한일 외교장관은 이번 주 나고야에서 만나 다음 달 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어떻든 한일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양국이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내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국론 분열의 모습은 일본에게 또다른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비판보다는, 여론을 모아 타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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