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미 하원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인 '퀴드 프로 쿼'를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액을 기부한 '큰손'의 입에서 미 민주당이 그토록 듣고 싶어하던 진술이 나온 것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층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CNN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선들랜드 대사는 이날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연 탄핵조사 공개청문회 출석에 앞서 배포한 모두발언 자료에서 "정보위원들이 이 복잡한 사안을 간단한 질문의 형태로 압축해왔다는 걸 안다. 백악관과의 통화 및 면담과 관련해 '퀴드 프로 쿼'가 있었는지 말이다. 내 답변은 '예스'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종용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가를 준 것인지를 파고 들었는데, 선들랜드 대사가 이를 인정한 것이다. 선들랜드 대사는 "나와 릭 페리 에너지 장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는 미국 대통령의 분명한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와 일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하던 대로 한 것이다. 줄리아니와 일하는 것을 거부하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명령을 따랐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 개시를 종용하는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선들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 거액을 기부한 측근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믿었던 '큰손'에게서 배신을 당한 셈이다. 선들랜드 대사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됐다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정무참사관의 증언이 이틀 전 공개돼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는 당초 하원 비공개 증언에서 문제의 대가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추가 서면자료를 내고 발언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공개 청문회에서 그가 내놓는 증언의 범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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