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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나타나고 몸은 기억하더라
2019년 10월 31일 (목) 07:25:47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제가 타고 다니던 차가 너무 낡아서 빈번히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들어가는 수리 비용이 자동차의 잔존가치에 비교해 너무 많아졌습니다. 직접 고치면 되는데 왜 비용을 걱정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만, 제가 제 차를 고쳐도 필요한 부품은 구입해야 하고 장비와 시간도 필요합니다. 고객의 차를 돌봐야 하는 사람이 그 시간에 제 개인 차를 고치고 있는 것은 마치 식당 주인이 자기 배고프다고 손님 받지 않고 본인 먹을거리만 만들어 먹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 탈 만한 적당한 중고차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차를 고르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충 훑어보다가 눈이 번쩍 띄이는 매력적인 가격이면 영락없이 뭔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큰 사고가 있었거나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운 우박 맞은 곰보 자국이 있거나 내장이 너무 헐고 낡았거나 다양한 이유입니다.

     새 차를 사면 사인하고 돌아 나오는 순간 2천 불 떨어진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 만큼 차량의 감가상각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뜻입니다. 아주 드물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희귀한 차량이 있지만 이는 희소성에 반응하여 시장의 수요가 유발한 비정상적 가격입니다. 모든 차량은 누적된 주행거리와 그 나이만큼 가격이 하락합니다. 대개 5년까지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그 이후부터 점차 완만하게 값어치가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중고차는 5년 정도 지난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너무 낡은 것도 아니고 새 차만큼 급격히 감가상각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투자라는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합리적인 주장이라 저도 동의합니다만, 중고차를 고를 때는 차량의 수령 말고도 고려해야 하는 더 중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자동차의 이력입니다. 수명이나 성능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고가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소유주를 거쳤는지, 어느 곳에서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한마디로 자동차의 주행환경에 대한 검토 사항들입니다.

     첫째, 사고이력입니다.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많은 분들은 사고이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고가 있었던 차량 구입을 꺼리는데, 단 한 번의 접촉사고도 없었던 중고차 매물을 찾아내기란 평생 한번도 병들지 않았던 사람을 찾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사고당시에 경찰신고나 보험처리로 진행된 경우는 나중에 카팩스에 조회가 됩니다만, 바디 작업은 했으되 작은 사고이기에 어느 곳에도 이력으로 남지 않은 사고는 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경미한 사고가 있었던 차량일지라도 사고 이후에 제대로 고쳐 놓았으면 안전에나 수명에나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카팩스의 차량 사고이력조회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꼼꼼히 사고부위와 수리수준을 알아보면 좋은 차를 고르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둘째로, 사고는 아닐지라도 도난이나 홍수나 우박 등의 다양한 손상들입니다. 자동차의 상태가 오히려 사고난 차량보다 더 열악한 수준이 이르러 있기도 합니다. 홍수의 경우는 폐차 처리가 되어야 하는 차량일 수도 있으니 반드시 알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다르게 아무리 잘 고친다 하여도 물에 잠겼던 차량은 정상상태로 돌아오기 어렵습니다.셋째로, 소유주 이력입니다. 단기간 동안에 많은 주인이 있었다면 이상한 것입니다. 차량에 문제가 많아서 수시로 주인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제 임자를 만나지 못하여 여러 주인을 거치며 떠돈 것이 차량 잘못은 아닙니다만, 사람들은 차가 마음에 들면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만약 소유주의 경제적 문제로 인해 차량이 리포되거나 매각되는 상황이 있었다면, 뭐 이런건 자동차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절박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소유주가 오일 체인지를 제때하고 차량 관리를 철저히 했을까요?

     넷째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사용지역입니다. 요즘은 덴버도 교통체증이 심해서 출퇴근 시간도 늘어났고 다운타운이나 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상습 정체 구간입니다. 그러기에 기록된 주행거리는 큰 의미가 없기도 합니다. 뉴욕이나 LA 같은 최악의 교통조건에서 10마일 움직이려면 두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와이오밍이나 켄사스의 고속도로를 달린다면 두시간 동안 150마일도 달립니다. 즉 정체지역에서 사용된 차량의 엔진은 같은 마일리지의 차량에 비해 15배만큼 더 오래 작동했습니다. 또한 동부 해안가에서 달린 차량들은 많은 염분과 습도로 인해 차량 구석구석에 부식이 많습니다. 이런 화학적 열화는 몇 가지 부품을 교환한다고 해서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런 차들은 더 많은 고장이 발생하며 녹슬어 풀리지 않는 부품들은 나중에 정비를 하려 해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어렵지만 직접 차량을 보면 쉽게 구분이 됩니다. 콜로라도에서는 10년을 있어도 녹이 없는데 뉴욕에선 1년만 굴러도 벌겋게 변합니다.

      “Every man over forty is responsible for his face.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말은 미국의 대통령 링컨이 그의 내각을 고려하며 보좌관에게 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에 그가 걸어온 길이, 또 그의 인생이 나타난다는 의미인데 차도 그렇습니다. 자동차의 내부에 외부에 그리고 언더바디에 그가 달려온 길은 흔적을 남깁니다. 카팩스에는 없어도 자동차 몸은 기억합니다. 또 해가 얼추 다 가고 이제 내 얼굴은 어떤가 내 몸은 어디쯤 와있나 한번 거울을 보게 되는 겨울의 문턱입니다. 마음 같지 않게 몸은 자꾸 허약해지며 얼굴에도 몸에도 살아온 흔적이 드러납니다. 게을러 운동 안 하는 제가 누굴 탓하겠습니까? 자동차는 자기가 달리는 길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거 보면 사람의 문제는 환경이 아니고 나인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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