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혁신·포용·평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공정'을 위한 '개혁'이라는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남은 2년 반 동안 문 대통령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은 물론 사회의 각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이를 통해 '공정사회'를 실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에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것과 함께, '소득주도 성장'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대신 문 대통령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20차례 반복하는 등 남은 임기동안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 후반기 국정운영 청사진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 언급했다. 여기에는 임기반환점을 맞아 현재의 민심을 점검한 결과, 국민들이 가장 열망하는 가치가 바로 '공정'이라는 문 대통령의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른바 '조국 정국'을 거치며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는 상황 인식이 엿보인다. 단순히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앤다는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제도에 내내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 문 대통령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 다른 가치들의 뿌리가 되는 것이 바로 '공정'이라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검찰'이라는 단어도 10번, '개혁'이라는 단어도 8번씩 포함됐다는 점이다. '권력기관 개혁 등을 통해서 공정사회를 이뤄가겠다'는 구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공수처 등  검찰 개혁 의지 거듭 천명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전방위적 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권보호 수사규칙·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등의 제정 시한을 '이달 안으로 명시한 것이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야당을 향해서도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분리 등 검찰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에 협조해달라는 메시지도 연설문에 담았다.

◇ 입시·채용·탈세 모든 분야 거론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도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여권 내에서도 국정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고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권력기관 개혁과 동시에 국민들이 실제로 삶 속에서 불공정이 개선됐다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 소득 주도 성장은 언급 안해
      문 대통령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거듭 강조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재정'이라는 단어를 21차례나 반복했다. 확장예산을 통해 민생·경제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끌어내고, 경제에 활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시정연설에서는 언급됐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가 이번 연설문에서는 사라진 점도 눈에 띄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하는 경제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21번 언급됐으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고,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점점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정책 무게를 옮겨가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조국 정국' 이후 격해진 진영 간 대립구도를 해소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은 물론, 동시에 국회의 원활한 입법기능을 통해 민생·경제를 뒷받침 하겠다는 의지를 연설문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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