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 대표

      한국에서 제가 처음 운전 면허를 발급받은 때는 1980년대로 지금부터 30년 전입니다. 그 시절에는 자동차에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파워 윈도우가 있는 것이 큰 자랑이었습니다. 고급 차량에나 달려 있었지 일반 차량에서는 옵션 품목에 해당하는 장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여러 자동차 편의장치들이 모두 선택 옵션으로 구분되어 있었기에 기본 자동차 가격 이외에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만 출고시에 장착되어 나왔습니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파워스티어링이나 에어컨디셔너 역시 선택 옵션이었습니다. 중앙 집중식 파워 도어락 같은 장치와 라디오를 켜면 자동으로 솟아 올라가는 안테나 역시 특별한 옵션 장치였습니다. 자동변속기도 당연히 옵션이었습니다. 많은 돈을 주고 달아야 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자동차 광고에는 새롭게 또는 최초로 적용된 옵션 및 편의 장치들에 대한 소개와 자랑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어떤 형식의 엔진인지 배기량은 어떻고 몇 마력을 내는지 열심히 설명하고 소비자들은 관심있게 숫자를 기억했습니다. 엔진 뿐만 아닙니다. 조향장치나 현가장치의 특성과 형태는 무엇인지도 설명하면서 기술적 우수성을 부각해 보이려 노력했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자기차의 엔진 배기량이며 마력수 같은 제원을 대충 외우고 있었습니다. 더 자동차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각 시스템의 장단점을 줄줄 외우고 서로 토론했습니다. 비록 제한적이고 때로 정확하지 않은 정보일지라도 그 열정만은 어느 전문가들 못지 않게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대가 지나가 버리고 요즘은 자기가 타는 차가 몇 마력 짜리 엔진을 달고 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전륜구동차인지 후륜구동차인지도 모릅니다. 몇 단짜리 자동변속기인지 아는 분도 없습니다. 요즘 광고에서 강조하는 것은 오직 가격입니다. 성능도 없고 제원도 없고 돈만 보여줍니다. 그것도 총가격이 아니고 월 할부금만 강조합니다. 할부금이 가장 중요한 세상입니다. 그런데 가격을 따지자면 사실 다른 자산에 비해서 자동차의 가치는 떨어졌습니다. 구매자의 수입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자동차 판매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정말 부자들만 타던 고급차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이제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평범한 급여 생활자도 탈 수 있습니다. 생산기술이 발달하여 부품의 단가를 낮추게 되었기에 차량 가격도 내려가고 옵션이었던 많은 장치들이 추가 비용 없이 기본적으로 장착됩니다. 법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또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장치도 점점 늘어나서 옛날부터 존재하던 주요 편의기능들은 물론이고 운전자들이 미처 다 쓰지도 못하는 첨단 기능도 여럿 추가 되었습니다.
 
      법규에 의해 안전을 위한 수많은 장치들도 따라 붙습니다. 자동차 운전석은 항공기나 우주선 조종석 마냥 복잡 다양한 불빛과 스위치로 빽빽하게  달려있고, 주행정보 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차량 정보들을 필요할 때마다 보여 줍니다. 여기저기 늘어난 수납 공간이나 컵홀더도 만족스럽고 시트 열선이나 냉방장치, 헤드레스트, 암레스트 등 편리함과 안락함을 위한 기능들도 점점 늘어납니다. 그러나 사라지는 장치나 기능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재떨이입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한 시가라이터도 사라졌습니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특히 자동차 같이 제한된 공간에서의 흡연은 흡연자 본인은 물론 간접 흡연의 폐해에 노출된 동승자에게도 크게 위험합니다. 담배의 직접적 해악도 문제가 되지만 연기를 흡입하고 재를 털어 버리거나 불을 붙이는 흡연 동작은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여 돌발적 상황을 맞아서 기민하고 적절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또한 자동차에 장착된 재떨이나 시가라이터는 마치 운전중 흡연을 권장 하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90년대 후반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재떨이는 오늘날 자동차 엑세서리에서 거의 사라진 존재로, 더이상 운전자를 위해 재떨이가 장착된 자동차는 볼 수 없습니다. 없어진 재떨이 처럼 운전중 흡연도 줄었으면 좋겠는데 요즘 운전자들이 운전중에 흡연을 정말 삼가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전자담배 때문인지 도로에서 담배 연기가 솟아오르는 차를 더 흔히 보고, 없어진 재떨이 대신 창문을 열고 길거리에 담배재를 터는 사람들도 자주 봅니다. 물론 거의 다 피운 담배 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겨서 도로에 버리는 운전자들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주변 차량에 담배 불똥이 튀어서 크고 작은 화재를 일으켰던 사항들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담뱃불이 위험해서인지 냄새나서인지 흡연자들도 꽁초를 내 차 안에 놓아두고 싶지는 않은가 봅니다.
 
       재나 꽁초는 꼭 정차했다가 출발하는 순간 창 밖으로 슬쩍 떨어뜨린다거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에서 밖으로 튕겨 버립니다. 꽁초 투기자들은 다들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 그래서 옆차 운전자와 눈 마주치지 않을 조건을 적절히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점을 미루어 짐작하면 꽁초 투기가 잘못이라거나 적어도 자랑할 만한 행동이 아님은 알고 있음이 분명하지요. 예전에는 자동차의 많은 기능들이 옵션 선택 사항으로 다양한 장치들을 추가 금액으로 넣고 빼고 했었습니다만 항상 재떨이는 기본사양이었습니다. 이제 자동차 회사가 재떨이 없애 버렸다고 운전자는 양심을 집에 두고 다녀야 하는 것인가요? 양심은 옵션이 아닙니다. 챙기는데 추가 금액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제발 가지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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