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난제 산적 … 치열한 협상

      일본 정부의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와중에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예고하면서 한국 외교에 또 다른 도전과제가 얹혀졌다. 꼬일 데로 꼬인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동시에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싸고 치열한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이 2020년 이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해야 할 몫을 정하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위한 협상팀이 꾸려지기도 전에 한국을 향해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 나선 것이다.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개시되지 않았다. 한국 측에서는 차기 협상 대표 인선은 물론 협상 태스크포스(TF) 구성도 아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현저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차기 협상이 임박했다는 뜻인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 기조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 주둔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새로운 원칙을 세우고 있다며 통상 3∼5년이던 SMA 유효기간을 지난해에는 1년으로 고집했는데 최근 그 원칙 수립을 끝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9일 한국을 찾는 만큼 이와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달 25일 한국을 찾았을 때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잇달아 만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한국 외교·안보 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면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할애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얼마나 증액을 원하는지 알 수 없으나 볼턴 보좌관의 방한 이후 미국이 차기 협상에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달러(6조775억원)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환율로 따지면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6배에 가까운 규모다.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을 피할 수 없겠지만, 비합리적인 수준의 대규모 증액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차기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기조는 일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분위기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볼턴 보좌관이 미군 주둔비의 일본 측 부담금을 5배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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